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누구나 한번쯤 삶이라는 정체성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인간이 단순히 생명유지와 종족보존을 위해 살아가는 동물들과 다른 점은 바로 정신작용의 하나인 삶의 근원적인 성찰의 문제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존적이며 본질적인 물음은 인간이 보다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내면의 울림이며 인간을 더욱 성숙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된다. 동서고금을 통해 인간이 이룩해 놓은 역사란 결국 인간 개개인이 자신의 존재의 문제를 철저하게 사유하며 이루어 놓은 집합적인 성과물인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현대철학사의 흐름을 바꿔놓으며 인간의 존재의식을 집요하게 파고든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꼬는 인간을 무엇보다 주체로서의 자각을 가진 인간으로 정의한다. 또한 타자와의 관계성 속에 놓인 주변인으로서의 인간과 사회제도 속에서 권력의 복합체의 성격을 띠는 인간형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타자와의 관계성이나 권력에 집착하기 이전에 먼저 자기 자신 삶의 문제에 천착하는 인간본성을 갖는다. 이러한 인간본연의 속성들이 성숙한 인간상으로 결실을 맺을 때 인간 세계는 왜곡이나 단절을 넘어 훨씬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요즘처럼 인간 삶의 문제들이 더욱 절실하게 인간세계를 지배한 때도 없는 것 같다. 그것은 인간 삶의 철학적인 존재의식이 사회와 역사 속에 무르녹을 만큼 인간은 성숙한 문명의 세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혁명의 급류 속에서 현대문명이 일궈낸 성과들이 인간세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혼돈의 20세기를 지나 찬란한 과학문명이 빚어낸 조화와 완성의 세계인 21세기의 1000년간의 시공을 뛰어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적으로 뛰어난 개개인이 구성하는 인간형의 창조가 가능한가라는 전제하에 인간 삶의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타인을 위한 삶을 사는 인간이다. 인류사회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는 유형이다. 성직자나 역사에 위대한 공헌을 하는 사람들이다. 한사람의 개인이 역사적 자각을 통해 인류문화에 기여하는 유형인데 그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박애주의자였던 마하트마 간디나 슈바이쩌 박사의 업적은 인류문화를 비추는 영원한 거울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제2, 3의 간디나 슈바이쩌 박사가 현대사회에 개개인의 가슴속에 살아 숨쉴 때 인류사회는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을 위해 사는 인간이다. 지금까지는 독단과 이기 속에서 탐욕으로 물든 사람들로 분류되었으나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의 욕망이 사회와 집단 나아가 역사의 해악으로 나타나는 유형이다. 비록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삶을 추구하지 않는다 해도 타인의 삶에 해를 끼친다면 이 또한 이 유형에 속한다. 비록 빈 라덴이 민족주의와 성전의 명분으로 자신의 테러행위를 합리화시키려 하지만 무고한 많은 사람들을 살해하는 한 그는 결코 역사 위에 올바로 설 수 없는 것이다.
셋째는 자신과 타인과의 조화 속에 사는 인간이다. 창조적인 인간형으로 현대사회의 개인에게 가장 바람직한 아름다운 인간상이다. 이것은 자신만을 위한 이기심을 적절히 통제하고 타인과의 유대관계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창조해 내는 인간형이다. 오늘날 역사를 구성하는 평범한 우리들은 그 구성원으로서 만족하며 아름답게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또한 사회적인 제도와 국가는 이러한 평범한 시민의식을 갖은 다수 구성원들의 삶을 보장하고 보호할 의무와 기능을 갖는 것이다.
이제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해를 맞게 되었다. 조용히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신이 어느 유형에 드는가를 한번쯤 새겨보는 것도 한해를 마감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가슴 한 구석에 조금이라도 타인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마음이 자리잡고 있다면 적극 개발하여 훌륭한 나를 만드는 일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역사를 움직이는 엘리트 집단이 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생을 사랑하고 타인과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만으로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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