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가 가져온 분쟁들
김종율(교육학박사)
이제 명절은 나에겐 별 감회가 없는 날이 되었다. 매년 정성들여 써보내던 크리스마스 카도도 그만둔지가 몇 해나 된다. 그러나 올해 크리스마스는 기다림이 간절하다. 부모를 따라 한국에 가 있는 손자들이 오는 것이다. 여름에 보고 겨우 6개월이 지났지만 다섯살과 두살짜리 손녀 손자와 대화가 그립다.
집앞 꽃나무들과 작은 수양 버드나무에 오색 줄 전등으로 장식을 하였다. 밤 비행기로 도착하는 그들을 놀라게 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뉴욕타임스를 친구삼아 다이너 식당에서 한가한 아침을 보낸다.
먼저 전쟁 소식이 궁금하다. 이 신문에 신설된 전쟁 면을 먼저 펴본다. 9.11 이후 미국인들이 국기를 어디에나 부착하여 애국심을 표하듯 전쟁에 관한 나의 관심이 미국을 사랑하는 징조라 하겠다.
“자라라바드, 마쟈리-샤리프” 등 어려운 지명도 이제 귀에 익었다. 폭격으로 연기구름이 치솟는 먼 산을 배경으로 두건과 만또를 걸친 병사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전쟁이 칼라사진으로 연일 예술품처럼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참혹한 현장이다.
이제 알카에다 병사들의 마지막 항전은 거의 끝났다. 19살의 어린 미국인 잔 워커는 탈레반 지원병으로 참전하다가 포로가 되었다. 신과 정의 편에서 싸웠다고 믿었던 그에게는 국가 반역이라는 무거운 제과가 기다리고 있다.
9.11의 비극은 근본주의 이슬람종교를 바탕으로 한 극단의 세계관에 기인한다고 보겠다. 물론 정치적인 원인도 있다. 사우디의 미군 주둔과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가 그들의 항전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의 투쟁이 종교에 근거를 두지 않고 그들 스스로가 신앙의 확신이 없었다면 자폭 테러 행위 같은 극단수단으로 이어지지는 안이했을 것이다. ‘성전, 순교’라는 구호가 이것을 증명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극단적인 대치 역시 분쟁을 과열시키고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이스라엘의 강경정책은 팔레스타인의 테러행위가 있을 때마다 탱크나 비행기로 보복행위를 가해왔다. 이스라엘이 한 두번 참아왔으면 세계 여론은 이스라엘을 동정할 것이며 이스라엘 양민에 대한 자폭 테러행위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최근 이곳에서 일어난 개고기 소동도 극단 문화논리에서 일어난 것이라 본다. 문화란 넓은 의미에서 보면 생활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문화에 있어서 우열의 표준은 없다. 다만 각 문화가 서로 다르며 특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인류학자들이 보는 견해이다.
이런 원칙에서 본다면 한국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 고유의 관습에 대해 누구도 반대할 수 있는 이유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문화의 특이성을 인정한다 하여도 식인종이나 사람을 제물로 하는 관습 등이 있다면 이것을 한나라의 특수 문화라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원래 진보적인 신문이기에 12월 13일 한국의 영양탕에 대한 사실만 보도했을 뿐 평은 하지 아니했다. 그렇다고 세계가 지구촌으로 변해가고 있고 서구문화가 지배적인 현실에서 그들의 민감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오랜 전통이라도 버릴 것은 버리고 지킬 것은 지켜야 하는 용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 식용 개라고 변명하나 누렁이도 집에서 기르면 개의 본성에 따라 주인에 충실한 애견이 되는 것이다. 자기 집 개를 끌어가는 것을 어린아이가 울며 말리는 광경을 옛날 시골서 많이 보았다. 영양을 위해 무엇이나 먹는 미신적인 생각도 버려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크리스마스는 평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한인교회가 평화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모슬렘 국가인 튜니지아에서는 편협한 근본주의 종교관에서 벗어나 이슬람종교가 내포하고 있는 관용, 인권, 민주주의를 학교교육 교과과정에 삽입했다고 한다. 총과 칼을 부숴 낫과 쟁기를 만드는 옛날 선지자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오늘날 교계가 세계를 향해 문을 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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