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광장]
▶ 연창흠 <편집국 부국장>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 버리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들도 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만남을 갖게된다. 부모를 만난 일, 스승을 만난 일, 아내를 만난 일, 자녀와 만난 일, 선·후배와 동료를 만난 일, 그저 옷깃을 스치듯 오다가다 만나는 일 등등.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사람들도 만난다.
만남은, 잘못된 만남에서 아름다운 만남까지 그 결과가 각양각색으로 나타난다.
혹자는 ‘가장 잘못된 만남’은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 오는 ‘생선과 같은 만남’이라 했다.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는 ‘꽃송이 같은 만남”에 비유했다.
‘가장 야비하고 천박한 만남’으로는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 버리는 ‘건전지와 같은 만남’을 꼽았다.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이제 방금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는 ‘지우개 같은 만남’이라고.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라 했다. ‘손수건 같은 만남’은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기 때문에…
이처럼 삶을 살아가면서 ‘만남’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된다.
마르틴 부버의 ‘만남의 교육’이라는 책 속에 있는 예화 중에는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치는 깊은 산 속에 한 나그네가 얼어죽기 직전에 떨고 있었다. 그 옆을 등산객 A가 지나게 된다.
A는 지쳤고 한파 속에서 자신도 살아남기 힘들겠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지나친다. 조금 후 등산객 B는 자기도 지쳤지만 나그네를 들쳐업었다. 홀로 걷던 등산객 A는 얼어죽었고 B와 나그네는 B의 등에서 흐른 땀의 체온이 나그네를 녹여 두 사람은 살았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부버가 ‘만남의 중요성’을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표현한 것이다.
공자도 “세 사람이 같이 길을 걸어가노라면 그 중에는 반드시 선생이 있기 마련이다”며 ‘만남의 교육’을 피력한 바 있다.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얼까?
돈, 권력, 출세, 능력 등 이 모든 것들이 다 개개인들에게 있어선 소중한 것 일게다. 하지만 물질적인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람의 삶은 만남의 연속이다. 원했건 원치 않았던 간에, 새로운 환경에 다가서야 하고 또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불가항력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본의든 본의가 아니던 저마다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천륜으로 시작된 우리 인생의 운명적인 만남은 삶의 연륜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누군가와 또 다른 만남과 이별을 나누게 되고, 이러한 삶의 반복은 우리의 삶의 시간이 다하는 그 날까지도 지속된다.
며칠 전 뉴욕에 이민 와서 사회생활을 통해 사귄 10년 지기 몇 명이 한자리에 모일 기회가 있었다. 지금은 서울에 가서 살고 있지만 빙부상을 당해 뉴욕을 찾은 옛 동료를 위로하고 만나기 위해 사전 계획 없이 자연스럽게 마련된 자리였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만남이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 서로 권하는 술잔에는 반가움이 그득했고, 그 동안 뜸했던 아쉬움과 자주 연락하지 않았다는 투정은 건배로 훌훌 털어 버릴 수 있었다.
오래 전에 함께 했던 이런 저런 기억들만을 늘어놓으며 아낙네들보다 더한 수다를 떨다가는 서로에게 “아, 참 아이들을 몇이지, 다들 몰라보게 자랐겠다”며 간혹 현실로 돌아오기도 했지만, 역시 옛 이야기만 들춰내며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서로 맘이 통하는 옛 지기들과 모처럼의 만남은 밤을 지새워도 모자라겠지만, 오늘의 현실에 밀려 다음을 기약하며 억지로 발걸음을 돌리는 선에서 막을 내렸다.
함께 오래하지 못한 아쉬운 만남이긴 했지만, 집에 돌아오면서 옛 동료들과 모처럼의 만남을 통해 그 동안 잊고 살았던 ‘모든 만남’이 소중하다는 진리를 떠올릴 수 있었다.
매일 매일 만남을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삶.
그 어떤 만남이든 ‘모든 만남’을 소중히 여긴다면, 보다 아름답고 더욱 의미 있는 참된 삶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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