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닷컴 태풍에 휩쓸린 후 거의 모두 문닫아
기술 중심 피닉스 대학 이외엔 성공사례 드물어
인터넷 웹사이트 ‘패덤 닷컴’(Fathom.com)에 들어가면 셰익스피어를 주제로 한 다양한 강의를 만날 수 있다. 미국 영화연구소 AFI가 제공하는 ‘영화 속의 셰익스피어’를 수강 신청할 수도 있고, 아니면 컬럼비아 대학 경영학과 교수들이 진행하는 ‘셰익스피어와 경영’이란 과목을 신청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사이트에 셰익스피어 강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즈 홀 해양연구소의 과학자가 강의하는 ‘생물음성학: 돌고래와 소리 보기’ 세미나에 참여해도 되고 만약 공공정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사, 컬럼비아 대학과 시카고 대학의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미국의 사형제도’ 세미나 수업에 등록할 수 있다.
이 수준 높은 강의들이 그것도 모두 무료로 제공되니 더 이상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하지만 그건 인터넷 사용자들의 입장일 뿐 만든 사람들은 처음부터 무료로 제공할 생각은 없었다. 컬럼비아 대학의 투자로 2년 전 패덤이 설립됐을 때 이 사이트의 목표는 온라인 강의 제공을 통해 수입을 올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거의 2,500만달러를 쏟아 부은 후에야 컬럼비아 대학은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진행되는 온라인 강의를 듣기 위해 수강료를 낼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됐다.
그래서 패덤은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바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료 샘플 강의들을 제공하는 것이다. 컬럼비아 대학뿐만이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일류 대학들은 앞다투어 온라인 강의를 개발하기 위한 별도 조직들을 만들어 부대사업에 나섰다.
시작할 때의 아이디어는 수준 높은 교육을 받기 위해 학생들이 반드시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대학 바깥에 원격 교육을 원하는 유능한 학생들이 수두룩하게 있고, 칵테일파티 같은 모임에서 뭔가 공부한 티를 내고 싶은 50세 장년층 중에서도 대학 강의료와 맞먹은 수강료를 내고 온라인 강의를 들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들 예상했었다.
클리브랜드 케이스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정보서비스 담당 레브 S. 고닉 부총장은 "돈벌이에 관심이 높은 대학 이사장들이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것이 닷컴의 붐에 편승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았다"고 설명하면서 "한바탕 닷컴 태풍에 휩쓸린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에 있는 교육관련 연구조사 회사인 에듀벤처스에 따르면 미국 대학들은 지금까지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데 최소한 1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지금 각 대학은 온라인 교육 벤처 사업 실패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뉴욕 대학은 최근 NYU 온라인을 폐쇄했고 메릴랜드 대학도 지난해 10월 영리 목적의 온라인 교육기관을 폐지하고 조직을 대학에 편입시켰다. 템플 대학이 설립한 버추얼 템플은 지난해 여름 문을 닫았으며 다른 대학들도 온라인 교육 관련 조직들을 모두 재편했다. 90년대 중반부터 잇달아 등장했던 가상대학들이 매각 또는 축소되거나 사라져버린 것이다.
대학의 온라인 강의나 원격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에 투자했던 벤처 캐피털 역시 마찬가지 신세가 됐다. 2000년 온라인 고등교육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에 투자된 벤처 캐피털 자금은 모두 4억8,200만달러에 이르렀지만 에듀벤처스에 따르면 올해엔 그 규모가 1,7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미국의 고등교육 정보기술에 대해 연구하는 캠퍼스 컴퓨팅 프로젝트를 창설한 케네스 그린은 대학들이 원격 교육에 실패한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대학측과 닷컴들이 베이비붐 세대나 그 자녀들이 온라인 교육을 위해 500달러 이상의 수강료를 기꺼이 지불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 빗나갔다는 것이다. 그 전형적인 사례로 꼽히는 패덤은 워싱턴 대학 교수의 ‘거시경제학 입문’처럼 인상적인 교과목들을 670달러에 제공했지만 수강생들을 끌어 모으는데 실패했다.
그린은 또 비즈니스 모델이 잘못됐으며 대학 당국이 시장 진입비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린은 온라인 강의를 개발하려면 비디오를 만들고 교과 내용의 저작권도 확보해야 하며 교수들에게 강의료를 지급하는 등 기본비용이 필요하다면서 "하나의 강의를 제대로 개발하려면 수십만달러가 든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온라인 교육에 관한 한 성공사례는 드물다. 기술 중심의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는 피닉스 대학은 4년제 및 대학원 과정에 3만7,000명의 수강생이 몰리는 등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이는 브랜드 확립과 마케팅과 인프라 구축이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세 가지가 결합되는 것이 성공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제 문제는 학문적인 전통이 깊은 컬럼비아 같은 대학들도 온라인 교육에 성공하게 만드는 일이다. 패덤의 앤 커쉬너 사장은 "대학이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점점 작아져 변방으로 밀려날 것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허구보다는 사실을, 정보보다는 지식을 추구해 점점 더 그 중요성이 커질 것인가가 문제의 핵심"이라면서 후자가 해답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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