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선물"
"손님"
"선물?"
귀가 잘 안들리는 것인지 손님과 선물이라는 단어를 서로 전화기를 통해 조금은 외치듯이 말하고 있었다. 인호는 나에게 아이들에게 잘해주라며, "아이들은 하나님의..." 라고 시작하길래 나는 의레이 선물이라고 했고 그는 손님이라고 나를 정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이들은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귀한 손님이지"라고 말하며 부모인 우리들은 하나님의 손님을 잘 대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호는 내가 중학교를 다닐 때 알게된,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이다. 쿠퍼티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던 어느 날 전화를 받게 되었다.
한국에 있었을 때 인천에서 살았었느냐/ 샌프란시스코에 친척아저씨들이 살고 있느냐/ 아무개라는 사촌이 있느냐/ 등등의 질문을 거치고서야 중학교 2학년 때인가 공부를 한답시고 열심히 독서실에 다니다 알게된 인호였음을 알게 되었다. 어찌나 반가웠던지 그 날 우리는 한시간이 넘도록 전화통화를 했던 것이다.
그 다음의 기억은 장거리전화요금이 엄청나게 나와 아버지한테 크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내용의 간단한 전화내용을 기억한다. 그렇다. 운전도 못했으니까 만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었다.
얼마 후 친구들 여럿이 모여 기타치고 노래하는 자리를 우리 집에서 마련했는데 아마 내가 인호를 초대했던 것 같다. 인호가 와 주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호는 미군복을 입고 군화를 신고 머리를 빤짝이며 나타났던 것이다.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쑥스러워하더니 얼굴만 내밀어보고는 그냥 가 버렸던 것이다. 그러고는 소식이 뚝 끊어졌다.
하루는 "너 정희냐?" 외치는 전화가 걸려왔다. 신문광고를 보니 낯이 익은 얼굴이라나? 그러고 보니 1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가 있었다. 서로 생사를 확인하고 친척들과 식구들의 안부를 교환했다. 화창한 봄날 센프란시스코에서 점심을 같이 했고, 2년이 지난 언젠가 엔 인호가 산호세에 내려와 늦 점심을 한 기억이 있다.
"정희야, 시간이 있으면 연락해라." 하는 시원한 목소리가 메시지에 남겨진 것이 몇 일 전 이었다. 이번에는 한인록을 보다가 내 얼굴이 보이길래 생각이나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지난번에 만난 적이 언제였느냐며 기억을 더듬으니 또 2년이 넘은 것이다. 이렇게 스스럼없이 몇 년만에 "정희냐?" 물어보듯 불러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좋다. 나이도 나랑 똑 같으면서 나에게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훈계하는 배짱도 좋다.
어떻게 지내냐는 나의 질문에 인호는 그 옛날 장거리전화요금 사건으로 야단치신 아버님이 병중에 계시다고 대답했다. 아이들을 돌보며 직장과 병원, 교회를 참석하며 24시간으로도 모자라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했다. 인호에겐 두 아들이 있다는데 인호의 부자간의 얘기를 들어본 것을 종합해 보면 그는 자상하고 매우 좋은 아버지이다. 인호는 내가 아이들은 하나님의 선물인 냥 키우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기에 2년만에 불쑥 전화해 가지고 아들들은 선물이 아니라 손님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이것이 98년도의 이야기이니까 인호와의 소식이 끊어진 것이 벌써 4년이 되었다. "정희야" 하는 전화도 없고 이제는 인호가 센프란시스코에서 살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