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색적 응원이 물결치는 진짜 레이커스 팬 ‘아지트’
"왔노라, 상층 테라스 319섹션에서 보았노라, 이겼노라!"
LA 레이커스가 샌앤토니오 스퍼스를 꺾고 NBA 서부 컨퍼런스 결승전에 진출하던 날, 레이커스의 홈구장 스테이플스 센터 상층 섹션에 있던 여대생 친구 아넷 톨레도와 메리 갈라도는 이렇게 연호했다.
레이커스가 NBA 3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가운데, 요즘 레이커스 팬들의 성원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 쌍두마차를 앞세운 무적함대 레이커스는 올해도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같은 평가에 화답이라도 하듯, 레이커스는 스퍼스를 물리치고 서부 컨퍼런스 결승전에 진출, 새크라맨토 킹스와 대망의 NBA 챔피언전 진출을 놓고 자웅을 겨루고 있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레이커스 경기를 관전하는 팬들 사이에는 두 가지 다른 응원문화가 존재한다.
코트 주변으로부터 아래층 관중석은 거의 닷컴 백만장자들을 비롯한 돈께나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다. 이들은 웨이터들로부터 서비스를 받고, 경기가 3쿼터가 끝나도록 박빙의 승부일 때도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열광하지 않는 점잖은 관중들이다.
그러나 상층부 테라스 인근으로 올라가 보면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경기 내내 마음껏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에 대한 개성 있는 응원가를 쏟아 놓고 있다. 즉 경기장에 수시로 울려 퍼지는 다채로운 응원의 진원지도 거의 상층부 관중석이다.
레이커스가 서부지구 준결승 최종전에서 스퍼스를 물리치던 날, 섹션 319에 있던 여대생 메리 갈라도는 "릭 폭스 선수의 알몸을 보여달라"며 소리를 질러댔다. 평소에 섹스어필한 선수로 알려진 릭 폭스에게 경기 승리 이상의 무엇을 원한다는 뜻이었다.
상층 섹션 관중들의 기분은 아래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열박스를 지나치는 순간부터 엘리베이터의 상승만큼이나 고양되기 시작한다.
상층 섹션의 젊은이 관중들은 귀고리를 비롯, 코걸이, 번쩍이는 팔찌 등 몸치장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이들의 손에는 발레파킹 티켓 대신, 온갖 원색적인 응원 문구들이 적힌 피켓이 들려있게 십상이다. 특별히 요즘 레이커스가 NBA 3연패를 향해 쾌속 순항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도를 더하고 있다.
패사디나에서 온 26세의 문신기술자 호세 아주시나는 "상층 섹션의 팬들이야 말로 레이커스의 진정한 열성 팬들이다"라고 말한다. 대부분 백만장자들과 돈 많은 기업의 단체 구입을 통해 점유되는 아래층과는 달리, 저렴한 상층부 관중석을 차지하는 개별 관중들이야 말로 레이커스의 진짜 팬이라는 것이다.
선수들의 몸값과 함께 엘리트 프로 스포츠의 티켓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스테이플스 센터의 상층 섹션은 그나마 레이커스 팬들이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 나머지는 사회 명사들이나 부유층의 전유물이 된지 오래다. 플레이 오프에서 한 장당 47달러50센트나 하는 상층부의 블루컬러 싸구려(?) 티켓 가격도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지만.
비단 스테이플스 센터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분야에도 싸구려 좌석지역에서 특별한 관중문화가 발달한 예가 없지 않다.
시카고 컵스의 위글리 필드 야구장이 좋은 예다.
외야펜스를 뒤덮은 고색창연한 담쟁이덩굴로 유명한 위글리 구장의 외야석 일대는 경기 때마다 시카고의 야구팬들이 온갖 다채로운 응원전을 벌이는 진원지가 된다.
그런 면에서는 LA 스테이플스 센터의 상층석 섹션도 위글리 구장 외야석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스테이플스의 상층부는 다른 대부분의 현대식 실내구장 상층부와 마찬가지로 역 피라드미형을 하고 있다.
상층부는 좌석의 경사도가 워낙 심해서 마치 수직으로 코트를 내려다보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경사가 이토록 심한 것은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한 아래층 로열박스가 차지하는 공간이 크기 때문이다.
상층섹션의 관중들은 그들만의 특권을 향유할 수 있다.
우선 이곳에서는 마음대로 움직이고 떠들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 또, 휴대용 TV를 번갈아 보면서 경기를 관전하다가 심심하면 상층복도로 나가거나, 아예 옥외 상층갑판으로 나가 LA의 야경을 즐기면서 기분을 풀 수도 있다.
물론 상층섹션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상층섹션에서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실감나게 관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또, 경기종료 후에도 아래층 관중들이 경기장에서 모두 퇴장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그러나 아래층의 엄청난 티켓가격을 감안한다면, 스테이플스 센터의 상층섹션이야 말로 레이커스의 보통사람 팬들을 위한 천국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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