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대서양 해저기지서 우주비행사 훈련
절대 고립과 돌발 위험에 대비, 팀웍도 다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조종사들이 특이한 임무 수행에 나섰다. 지구 궤도가 아니라 바다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대서양의 해저 60피트 지점에 있는 해저우주정거장 ‘어퀘어리스’에서 색다른 훈련을 쌓기 위해서다.
이들은 8일 동안 이곳에서 머물면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수행할 임무에 필요한 기술들을 익히게 된다. 해양학자들은 1960년대부터 해저 주거지를 활용해왔지만 NASA의 극한환경작전국(NEEMO)이 우주조종사들을 이곳에 되돌려 보낸 것은 30년만이다.
NASA 해저연구팀의 프로젝트 책임자이자 NASA와 계약한 유나이티드 스페이스 얼라이언스의 시뮬레이션 감독인 빌 토드는 “지구에서 우주의 진수와 고립상태를 맛볼 수 있는 장소로 바다 만한 곳은 없다”고 말한다. 우주조종사들이 이곳에서 실제 우주에서와 똑같이 살고 일하는 ‘유사 임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번 임무에는 3명의 우주조종사와 한 명의 훈련전문가가 참가했다. 이들은 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걸치고 바닷물에 뛰어들어 어퀘어리스로 헤엄쳐 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마치 우주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외계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지내게 된다. 그들은 휴스턴 우주센터와 플로리다주 키라고에 있는 국립해저연구센터(NURC)의 임무조종 전문가들로부터 관찰, 지도를 받는다.
이 팀은 해저에 머무는 동안 산호에 관한 실험을 하고 해수 샘플을 채취하게 된다. 또 해저바닥에 임시 구조물도 건설한다. 언젠가 우주정거장 바깥에 건물을 지을 것에 대비한 훈련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우주조종사들이 해저라는 극한 환경 속에 고립된 상태에서 정신력을 테스트해볼 수 있고 의사소통 및 팀웍 기술을 개발한다는데 있다.
우주조종사들이 해저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1950년대 말에 미 해군대령 조지 본드가 개척한 ‘포화 잠수’라는 생리학적 현상 덕택이다. NURC의 디렉터인 스티븐 밀러는 “이 기술은 잠수한지 24시간이 지나면 다이버의 몸이 주로 질소로 구성된 유용성 가스로 가득 찬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몸이 일단 포화되면 다이버가 공기색전증에 걸리지 않으며, 해수면의 기압으로 되돌아가는데 필요한 시간인 감압 시간도 해저 체재 기간에 관계없이 일정하다”고 설명했다.
다이버가 몸 속의 질소가 사라지기 전에 물 위로 올라오면 공기색전증에 걸리게 된다. 피와 세포에 공기방울이 생겨 관절 통증, 마비, 심하면 죽게 된다. 이 때문에 우주인들은 물 위로 올라오기 전에 어퀘어리스에서 17시간의 감압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만약 한 명이라도 임무를 마치기 전에 사고로 물위로 떠오르면 죽을 수도 있지만 밀러는 지난 15년 동안 이곳에서 임무를 수행한 해양생물학자들 중에는 그런 사고를 당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한다.
이 해저 주거지에서 첫 24시간이 지나 몸에 질소가 가득 차게 되면 다이버들은 주거지 바깥으로 나가 얼마든지 오랫동안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과거에는 2개월까지도 비교적 안전하게 체재할 수 있었으나 귀의 감염이나 피부 상처 때문에 요즘은 보통 열흘 정도 머문다. 해양학자들이 10일 정도 어퀘어리스에 머물며 60-70일 가량의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것과 맞먹는 분량의 연구를 한다.
어퀘어리스를 방문하는 것은 정말 신나는 모험이다. 키라고 해안에서 3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노란 스쿨버스 크기의 어퀘어리스는 물위에서도 볼 수 있다. 어퀘어리스에 공기 및 전기를 공급하는 노란 부표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무게가 80톤인 어퀘어리스는 120톤짜리 기판으로 해저에 고정돼 있다. 입구 근처엔 투명한 돔과 공기 공급장치를 갖춘 전망대가 있고 탯줄처럼 부표와 연결된 관이 그 위에서 떠다니고 있다.
어퀘어리스에 들어가면 다이버들은 잠수복을 벗고 샤워로 소금기를 씻어낸다. 이곳은 습도가 높기 때문에 들어가기 전에 최대한 건조시키는 게 좋다. 안에는 실험실, 부엌. 그리고 6명이 잘 수 있는 침상이 있다. 또 비디오 카메라와 인터넷 시설을 갖춰 통제요원이나 가족들과 실시간으로 원격회의를 할 수 있다.
이번 훈련 멤버 중 우주 비행경험이 있는 댄 태니는 어퀘어리스가 우주정거장에 있는 모듈과 비슷한 크기라고 말했다. 2001년 엔데버호를 타고 우주공간에 올라가 4시간 동안 우주유영을 했던 그는 내년 우주정거장에서 6개월 동안 머물 예정이다.
그는 “이곳에서 훈련하면 실제 우주 비행 훈련처럼 느껴진다. 많은 시간을 안전 문제와 비상대응 계획을 다루는데 보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측면은 고립이란 게 정말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된다는 것, 또 팀웍을 기르고 통제센터와 협력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우주유영을 할 때 무중력 상태를 즐겼는데 바다 속에 들어오니 그때의 느낌이 되살아났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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