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층, 이집트 이스라엘등 위험지역 관광주도
캘리포니아 컬버시티에서 온 바바라 윈트 할머니는 이집트 나일강의 유람선 위에서 중동사람들이 즐겨먹는 구운 양고기 요리와 팔라펠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윈트는 성장한 자녀들과 친구들의 끈질긴 반대를 물리치고, 22시간 동안 열 번이나 바뀐 시간대를 거치며 이집트에 도착했다.
윈트 할머니는 만일, 이집트 여행 중에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비석에다, ‘이집트에서 행복하게 죽었노라’고 새겨달라는 부탁을 하고 집을 떠났다.
2주간 일정으로 이집트의 피라미드 등 고대 유적지와 무덤을 돌아보는 가이드 여행에 나선 113명의 사람들은 하나 같이 바바라 윈트 할머니 같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최근 중동지역에서 빈발하는 자살테러나 9.11이후 더욱 악화된 반미공격 위협에도 굴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 미국인 단체관광객이 이집트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9.11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미국인들의 여행 공포심리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흥미로운 사실은 노년층 여행객들이 이같은 추세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랜드서클 트래블사에 따르면, 9.11 이후 여행업계에서 가장 신장세가 두드러진 그룹은 65세 이상의 노년층이었다.
보스턴에 기반을 둔 그랜드서클 여행사는 9.11 직후 매출액이 40% 급감하면서 직원 500명중 160여명을 해고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부터 예약전화 벨이 다시 울리기 시작하더니, 2002년 1·4분기에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나 신장되었다. 여행업계의 회복세는 비단 미국의 국내 관광지에 국한되지 않고, 인도, 모로코, 이집트 같은 해외 여행지들로 확산되고 있다.
여행업자들은 요즘 미국의 노년층은 여행산업을 선도할 뿐 아니라,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낯선 여행지를 즐겨 찾는다고 전한다.
그랜드서클 여행사의 경우, 월간 이집트 여행단 출발 횟수를 예전의 4회에서 2회로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안으로 2,200여명의 여행객을 이집트에 보낼 전망이다. 이 여행사는 또, 9.11 이후 185명의 관광객들을 이스라엘에 보냈다.
그러나, 다른 많은 여행사들은 아직도 소위 ‘뜨거운 지역’, 즉 위험한 지역으로의 관광단 파견을 꺼리고 있다.
엘더호스텔은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 관광단 모집을 보류 중이고, 엘더트렉스 여행사도 네팔여행 및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파키스탄에서 출발하는 실크로드 여행 일정을 취소했다. 이에 비해, 페루나 인도처럼 분쟁지역이면서도 여전히 성업을 이루는 이국적 여행 목적지들도 있다.
그랜드서클의 알랜 루이스 회장은 불확실한 시기에 노년층이 여행에 대범한 것은 그들의 인생경륜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노년층은 탄력성이 강하다. 이들은 2차대전, 한국전을 포함, 인생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세대로서, 어지간한 위협에 굴하지 않는다"
또한, 9.11 이후 많아진 할인가격과 훨씬 자유로워진 예약 취소 정책 등도 이들의 여행심리를 자극했다. 그러나, 많은 여행 전문가들은 노년층이 여행에 적극적인 보다 직접적 요인은, 자식들을 다 키우고 은행구좌에 돈이 있는 노인들이 죽음을 겁내느니, 남은 여생을 즐기겠다는 심리의 발로라고 분석한다.
이집트에 도착한 바바라 윈트 일행은 여행을 출발하기 전, 카이로의 힐튼호텔에서 가이드로부터 사전교육을 받았다.
’이집트의 물을 함부로 마시지 말라’ ‘택시요금을 지불하기 전에 반드시 흥정을 하라’ ‘현금 인출기에서는 미국달러가 아닌 이집트 돈만 나온다’ 등등. 한마디로 여기는 미국이 아니라 이집트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이들의 여행 일정에는 중무장한 현지 경호요원들이 대동했다. 이에 따라 미국인 여행자들은 경호요원들을 식사에 초청하느냐, 이들에게 팁을 주느냐, 이들과 잡담을 나눠도 되느냐 등의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했다. 이집트 정부는 1997년, 룩소르의 한 사원에서 58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과격 이슬람 테러분자들에게 피살당한 이후, 외국 관광객의 신변보장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테러사건으로 한동안 침체했던 이집트 관광업계는 2002년, 43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이집트 최고 외화수입원 자리로 복귀했다. 이집트 관광업은 9.11 테러사건 이후에 휘청거렸으나, 정부의 적극적인 관광산업 보호정책을 통해 서서히 원상을 회복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중무장한 경호요원들을 부담스러워 했을 미국인 관광객들도 9.11 이후에는 오히려 이들의 존재에 감사를 표한다.
한편 바바라 윈트 할머니 일행은 이번 이집트 여행 도중 룩소르에서 뜻밖의 보너스까지 얻었다.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리크 대통령이 때 마침, 룩소르 인근의 3,400년 된 고대거인 유적지 복원공사 완공 기념식장에 참석한 것이다. 덕분에 여행객 중 몇몇은 이집트 대통령과 악수도 한번씩 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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