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크라멘토 토요일 아침에 몇 사람이 모여 커피를 마시는 자리에서 서갑숙씨가 쓴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Pornography 도색 문학)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책을 뒤적이고 있는데 옆에 앉은 K씨가 나보고 하는 말이 "나이 많은 사람이 점잖지 못하게 유치한 도색 잡지를 본다니 말이나 되냐"고 핀잔은 주는 것이다. 나는 그녀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You가 보라고 주고는 이런 책을 본다고 말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니 그녀의 대답이 나를 웃긴다. "강 선생님이 그 책을 혼자 조용히 보라고 주었지 여러 사람 앞에서 보라고 주었느냐"고 또 한번 핀잔을 준다.
나는 책을 접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성(性)에 관한 책이라고 무조건 유치하고 볼 것이 없다고 몰아붙이면 큰 잘못이다"고 말하고 기원 전 5세기에서 기원 후 5세기에 걸쳐 집대성한 유대교의 성전(性典) 탈무드나 기원 전 4세기에 쓰여진 인도의 ‘카마스타라’ 또 중국의 후한에서 삼국시대까지 쓰여진 소녀경(小女經) 같은 책들은 지금까지 성고전(性古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질 뿐만 아니라 현대 성의학에도 광범위하게 유용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반문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또 한번 이렇게 응수한다.
"한국사람들이나 강 선생님 같은 나이에는 교양서적이나 고전을 읽고 인격 수양이나 해야지 유치하게 주간지나 도색잡지만 보니 천박스럽지 않느냐"고 또 꾸짖는다. 그래서 나도 화가 나서 이렇게 응수했다. "교양서적이나 명작을 보아야 유식하고 배운 티가 나고 3류 소설이나 도색잡지를 보면 무식하고 교양 없어 보인다는 생각은 전근대적 사고 방식이라"고 쏘아 부쳤다.
내 말을 들은 그녀도 화를 내며 또 대꾸한다. "성과 관계된 것은 어디까지나 내면적이고 은밀한 것이지 그런 것을 까발린다는 것은 한국사람들의 정서에는 어울리지 않는 부도덕한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녀와 더 논쟁을 할 수 없어 이런 말로 돌려댔다. "한국 사람들의 성의 개념은 남녀간의 자연적인 성 교접이며 더 나아가서 종족 보존의 수단으로 좋든 싫든 적당한 부부관계를 맺으며 살았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타인의 성을 음미하고 자랑하며 즐기는 쾌락적 유희로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오늘날 성은 생활의 수단이 아니라 성을 향유하는 성문화로 발전하였다. 그래서 현대인은 모두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들이야."
그 말이 끝나자 그녀도 숨을 죽이며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남성들은 다행이 한국 여성들이 성에 관하여 인내하며 피동적으로 살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가정윤리가 존속되고 원만한 부부관계가 유지되며 살아간다는 것을 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녀의 항변에 더 이상 대꾸할 수 없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짓기로 합의했다. 아직까지도 한국 여성들의 다수가 성욕은 남녀 모두에게 똑 같이 존재하면서도 여성들은 성적 욕구가 없는 존재로 인내하면서 살아가야 하고 간혹 여자가 성적인 욕구가 강하면 화냥년이라 천하게 여긴다든지, 여성의 불륜은 무덤까지 갖고 갈 비밀로 숨겨야 하는 반면에 남자들은 몇 여자와 성관계를 맺어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고 그리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은 남자들만 아니라 때로는 여자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하고 성은 남자의 점유물이 아니라 남녀 모두의 공유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이 결론에 대한 정답은 독자들에게 돌린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문물(文物)을 받아들이면서 성의 개방만은 거절할 수 없지 않는가? 어차피 우리는 성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시키느냐 하는 과제가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성을 생활의 한 수단으로 받아들이든 성문화로 받아들이든 그것은 각자의 판단에 맡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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