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극장가는 가을 새 시즌을 맞아 ‘플라워 드럼송’, ‘라보엠’ 등 새로운 작품을 올리는가 하면 오랫동안 뉴요커는 물론 관광객의 사랑을 받아오던 인기뮤지컬을 막 내릴 차비를 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수많은 관객을 불러모았던 ‘레미제라블’은 내년 3월15일, 1998년 리바이벌 공연을 시작한 ‘카바레’는 오는 11월27일 막을 내린다. 이 중 ‘카바레’가 공연되는 스튜디오 54 극장은 실제 나이트 클럽을 개조한 곳으로 무대 가까이 화려한 원탁들이 자리잡고 있다.
관객들은 빨간 술 달린 빨간 스탠드가 놓인 테이블에서 맥주나 와인을 마시며 공연을 볼 수 있다. 배우들이 노래하고 춤출 때마다 스탠드의
빨간 불도 요염하게 켜진다.
무대는 나치가 등장하던 40년대초 베를린의 킷 캇 클럽이라는 카바레를 무대로 그 시대의 아픔을 퇴폐적 낭만주의로 표현했다. 란제리 차림 출연진의 노래와 춤이 현란하다. 오케스트라조차 속옷 바람으로 연주하다 다른 칼라 속옷으로 갈아입는다.
눈앞의 속옷 차림에는 마음이 약해지는 것이 웬지 도와주어야 할 것 같다. 하다못해 사람들이 이 공연을 보게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까지 생긴다.그때도 그랬다. 한창 공연을 보러 다니던 20대 시절, 연극을 보러갔는데 폭정 시대에 산 서민역을 40대 후반 남자배우가 내복 바람으로 객석 제일 앞에 앉은 내 발밑을 벌벌 기면서 연기했었다.
모든 체면과 가식을 버리고 맨 몸으로 선 그 배우를 보며 ‘나는 도저히 이쪽 사람은 못되겠다. 순수한 관객이 내 역할이다. 나중에 돈 벌면 정말 좋아서, 이것이 아니고는 다른 것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저런 사람들을 후원해야지’하는 결심을 했었다.
그 후 영원한 관객으로서는 충실한 것이 지금도 좋은 공연이라면 만사를 제치고 달려간다.공연 프로그램 뒷부분에는 단체나 개인의 후원금 내역이 있다. AT& T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사가 골든 서클에 이름이 올라있으면 그 회사 이미지가 좋게 생각되어진다.
부호 카네기가 지어준 뉴욕 카네기홀은 전세계 저명한 연주가들이 무대에 서기를 꿈꾸고 박물관이나 도서관에는 기부자의 이름을 딴 전시관이 있다. 센트럴 파크의 의자 하나에도 기부자의 이름을 새겨 사람들이 그 의자에 앉을 때마다 고마움을 느끼게 할 정도로 기부 문화가 널리 퍼져있고 재단이나 단체에서도 철저히 관리해준다.
라커펠러 재단, 조지 소로소 재단, 빌게이츠 패밀리 재단 등등 사회로 환원된 수많은 기금은 우리 이민자에게도 혜택이 돌아오고 있다.
지난 22일 개관한 스토니브룩 뉴욕 주립대 아시안 문화센터는 중국계 미국인이 거금을 기부, 자신의 이름 ‘찰스 왕 센터’로 영원히 새긴 것을 보면서 ‘한인 큰부자는 다 어디로 갔나’ 싶었다.
문화가 성장기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도 않고 눈으로 보이지 않는 장기간의 교육이니 한인들은 문화쪽 투자나 기부 문화에는 생각이 못미치는 것같다.
그러나 아주 없는 것도 아닌 것이 지난 여름, 타미먼트 리조트의 홍성은 회장이 지난 5년간 추진 해 온 마운틴 로렐 퍼포밍 아트센터 건립에 필요한 씨드머니 20만 달러를 쾌척한 적이 있다.
펜실베니아주 포코너 휴양지 부시킬에 들어설 이 종합예술공연장은 내년 5월 메모리얼 데이 개관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예술을 비롯 각 분야에 걸친 유지들이 센터 기금 모금 마련에 애쓰고 있다 한다.
건립 추진 이사진 15명 가운데 한사람인 홍 회장은 풍성한 문화체험을 하게 할 이 공연장에 한인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려 하나 10만 달러 정도의 재정지원 이사 확보가 쉽지 않다고 한다.
평생 모은 재산 자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이름 없는 이민자로 사라져 갈 것인가, 작은 기부금이라도 희사하여 건물 초석에 이름을 남겨 자손 대대로 자랑스런 선조가 될 것인가.
물질이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임을 염두에 두고 여러 각도로 생각해 보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