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글렌데일에 사는 회사원 L씨는 몇 달전 하룻밤 호텔비로 거의 400달러를 물었다. 호화 호텔에서 기분을 낸 것이 아니었다. 네식구가 한인운영 여행사를 통해 1박2일의 여행을 떠났는데 여행비를 엉뚱하게도 호텔비로 내게 된 것이었다. 크레딧 카드가 문제였다.
“카드로 미리 계산을 하고 일정에 맞춰 여행사로 갔는데 다시 요금을 내라는 겁니다”
“카드로 계산을 끝냈는데 무슨 말이냐”고 항의하자 여행사 직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다면 가이드와 나중에 해결하라”고 했다. “가이드가 다 알고 있다. 영수증을 줄 것이다”는 아리송한 말은 그날 저녁 호텔에 도착해서야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저녁식사를 하는데 가이드가 부르더니 사인을 하라는 겁니다. 여행비만큼을 호텔에서 청구하는 것으로 만들어 카드로 계산을 하게 하더군요”
카드 명세서만 보면 L씨 가족은 여행사에는 전혀 돈을 내지 않고 호텔만 이용한 것이 된다.
샌디에고의 K씨는 최근 본의 아니게 생색만 내는 얌체가 되고 말았다. 크레딧 카드가 화근이었다. 한국에서 여행온 친지 두명에게 요세미티 관광을 시켜주려고 LA 한인타운의 한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했다. 물론 계산은 크레딧 카드로 다 끝냈다.
하지만 여행사에 도착한 서울 손님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행사측이 요금을 요구하기 때문이었다. “계산이 다 된 걸로 알고 있다”고 하자 여행사 직원은“자리만 잡아 놓은 것이지 돈을 낸 것은 아니다”고 했다. K씨가 옆에 없으니 확인할 길도 없고 해서 서울 손님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현금으로 계산을 했다.
이들이 여행 도중 K씨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돈을 냈다. 크레딧 카드로 이중 계산되지 않았나 확인하라”고 알려주는 과정에서 일단 오해는 풀렸다. 하지만 양쪽 다 찜찜해진 기분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한인운영 여행사들이 크레딧 카드 받기를 꺼리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은 금액은 물론 여행비가 천단위인 해외관광 요금도 ‘크레딧 카드는 사절’인 경우가 많다. 현금이나 수표만 받고 굳이 카드로 내려면 요금의 10% 정도를 더 청구하는 것이 다반사. 고객들로서는 불편하고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카드를 안 받고 현금만 받는다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탈세’이기 때문이다.
과당경쟁에 시달리는 여행사들도 애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객들이 무조건 싼 것만 찾는 데다 한인업소에서는 으레 판매세를 안내려 들기 때문”에 카드를 받기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고객들이 세금 내는 풍토가 먼저 조성되어야 한다고 업주들은 말한다.
닭이 먼저일까, 알이 먼저일까. 고객도 업주도 정도를 걸을 때 비로소 기분 좋은 휴가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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