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솔린 값이 하루가 멀다하고 뛰어오르고 있다. 갤런당 2달러가 넘는 곳도 있다. 1년 전에 배럴당 20달러 하던 석유가 지금은 30달러라니 개솔린 값 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석유 값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후세인의 결사항전이다. 이라크와의 전쟁이 시작되면 배럴당 40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만약 후세인이 시가전을 벌이고 최후의 발악으로 이라크 유전을 파괴하는 날엔 50달러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세균전을 펴 미군의 진격을 늦추고 유럽과 이슬람 국가에 반미데모가 번지고 OPEC이 단결해 미국을 목 조이는 날엔 배럴당 80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르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게 되고 세계가 경제불황에 휘말릴 가능성마저 있다.
낙관적인 견해는 미국이 전격전을 치르면 전쟁은 한달 안에는 끝나며 석유 값은 잠시 40달러까지 올랐다가 6월께는 다시 20달러 선으로 원상 복귀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유를 유엔사찰단의 보고서나 이라크의 핵무기 제조 준비, 알카에다와의 관계 등에서 찾아보려 하면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많고 애매모호한 데가 있다. 더구나 프랑스 등 나토 동맹국 일부가 반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석유’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면 마치 영화 인디애나 존스에서 보물찾기 암호의 반쪽을 발견한 것처럼 상황의 윤곽이 선명히 펼쳐진다.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 다음 가는 산유국으로 석유 매장량이 1,100억배럴이다(사우디는 2,620억배럴).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하게 되면 사우디, 쿠웨이트, 이라크의 석유를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이 생겨 세계 석유시장을 조정할 수 있는 파워가 생긴다.
아시아의 일본, 한국은 물론이고 동남아 각국, 유럽, 아프리카도 석유 때문에 미국 눈치를 봐야 한다. 게다가 골치 아픈 OPEC을 분열시키거나 발언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 석유가격을 배럴당 18달러 이하로 끌어내리면 산유국인 러시아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게 된다.
뿐만 아니다. 알카에다도 후원자를 잃게 되어 조직이 대폭 약화된다. 이래저래 이라크 침공은 일석이조다.
부시는 텍사스 오일맨 출신이다. 석유문제는 훤하다. 슈렘버거, 베이커휴즈, 할리버튼 등 미국의 석유 재벌들도 그의 후원자들이다. 현재 이라크 유전은 소련의 루크오일, 프랑스의 엘프, 네델란드의 로얄더치셀 등이 개발권을 갖고 있다. 후세인이 몰락하면 이들의 계약도 백지화된다. 소련과 프랑스, OPEC 등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다.
미국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때부터 중동의 산유국 내정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미국에 석유를 공급하는 한 왕이 전제정치를 하든 독재자가 국민을 탄압하든 모른 척하고 눈감아 왔다.
그러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민족주의를 부르짖으며 반미선동을 하고 마침내 9.11과 같은 테러도 불사하게 되자 미국도 이번 기회에 세계의 질서를 바꾸어 ‘뉴 월드’를 건설하려는 정책을 세우고 있다.
‘뉴 월드’는 2차 대전 후의 독일, 일본처럼 미국이 중동 산유국에 민주주의를 심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OPEC 산유국 22개국 중 제대로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가 하나도 없다. 이들이 제일 경계하는 것이 민주주의 수입이다.
이번 이라크 침공은 후세인을 몰아내고 민주정권을 세우는 것이 미국의 목표다. 그런데 4월부터는 사막기온이 화씨 100도를 넘는 무더위 시즌으로 변하기 때문에 3월 안으로 전쟁을 끝내려고 서두르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암호 반쪽은 테러세력 분쇄고 다른 반쪽은 석유시장 장악이다. 이 두개의 반쪽을 붙여서 하나로 연결할 때 이라크 전쟁의 암호는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철 주 필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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