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봄이 왔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만물이 녹아 내린다. 햇빛은 구석구석 따스하게 내리쬐고 있다. 따스한 봄기운에 눈이 녹아 내리듯 움츠렸던 우리의 마음도 서서히 펴진다. 그 동안 입고 있던 두터운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밝은 색의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리를 오가는 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러나 봄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쌀쌀한 날씨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지난 6일 경칩에는 ‘봄눈’마저 내렸다. 언제 봄이 오려나 의심이 들 정도다.
그래도 경칩을 지나고 나면 사람들의 마음에는 봄기운이 서리나 보다. 따스하고 포근한 봄 날씨를 기다리는 마음에 살갗을 에는 추위도 ‘꽃샘추위’라고 하니 말이다.
‘꽃샘추위’
꽃샘추위는 바람 신이 꽃이 피는 걸 샘낸다해서 붙은 이름이다. 꽃샘추위는 꽃피는 따뜻한 봄 날씨를 시샘하는 동장군이라고도 한다. 추위가 다 갔는가 싶어 방심하고 있으면 그 풀어진 마음을 뒤집으며 다가오는 것이 꽃샘추위다. 겨울을 보내기 아쉬워 자꾸 심통을 부리는 것 또한 꽃샘추위다.
초봄이 되면 겨울은 자신의 기운이 쇠퇴하는 것을 안타까워하여 마지막 추위를 일으키는 것이 꽃샘추위라 하는 이들도 있다. 따스한 봄날을 한층 더 그립게 만드는 것도 꽃샘추위다. 하지만 매년 꽃샘추위가 거리를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주춤거리게 하고, 옷깃을 여미게 해도 조심스레 다가오는 봄을 막아서지는 못한다.
요즘 며칠 동안 제법 날씨가 쌀쌀하다.
3월에 부는 바람은 봄바람이라고 불러야 할텐데, 요즘에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결의 감촉은 너무 차갑다. 꽃샘추위가 겨울추위보다 더하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흔히 봄추위도 만만치 않다고 하더니 요즘 날씨가 바로 그 봄추위가 아닌가 싶다.우리 속담에도 봄추위에 관한 것들이 있다. “꽃샘추위에 설 늙은이 얼어죽는다”는 속담은 이른 봄 꽃이 필 즈음의 추위가 예상외로 추울 때가 많다는 뜻이다. 또한 따뜻한 봄철에도 의외로 사나운 추위가 있다는 “봄추위가 장독 깬다”는 속담도 있다. “봄 방 추우면 맏사위 달아난다”는 속담도 춘삼월의 바람은 매섭고 차다는 것을 비유한 표현이다. 이처럼 예전이나 지금이나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는 여전한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3월도 중턱으로 향하고 있는데, 유난히 춥고 혹독했던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새봄이 오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겨울이 다시 찾아온 듯한 매서운 꽃샘추위가 며칠동안 지속되며 위세를 부린다.
흔히 꽃샘추위의 ‘꽃샘’은 봄추위의 순수한 우리 토박이말이라 한다. ‘꽃샘’은 어감도 예쁘지만 꽃피는 봄을 시샘하는 바람 신의 얼굴표정도 담겨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혹자에 의하면 계절까지도 이웃처럼 의인화하며 살아왔던 한국인의 유별난 자연감각이 ‘꽃샘’이라는 한 마디 말속에 함축되어 있다. 또 ‘꽃샘’이란 우리네 조상들의 시적 감각과 자연에 대한 애정이 물씬 배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꽃샘이 봄을 방해하는 존재가 아니고,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서 그리고 봄의 동반자로 여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갑자기 만나는 여러 가지 어려움, 고통 그리고 시련 등을 겪으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불황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고 울상을 짓고 있는 한인들. 자녀문제로 고민하는 한인들. 건강문제로 앓고 있는 한인들. 부모·부부·자녀형제 등 가정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한인들. 취업이나 해고 등 직장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 등등.
오늘을 살고 있는 한인들은 모두가 나름대로의 ‘꽃샘추위’에 해당하는 문제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들 가운데는 이민초기의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을 잘 견뎌왔으면서도 정작 아주짧은 꽃샘추위에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꽃샘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좌절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꽃샘추위는 며칠만 지나면 화사한 봄을 다시 돌려준다. 꽃샘추위 속에서도 꽃은 피기 마련이다.현재 각종 어려움에 처해 있는 한인들은 지금부터 그 자체를 ‘꽃샘추위’ 정도로 여기고 슬기롭고 지혜롭게 견뎌낸다면 머지않아 봄날은 다시 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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