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 꼭 필요한 백신을 개발하는 생화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바순’ 연주자 이영원(16·서펀고등학교 11학년)군의 첫 인상(키 6.2 피트)은 그가 ‘바순’이라는 악기를 참 많이 닮았다는 것이었다. 바순은 절대로 튀지 않을 뿐더러, 튀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여러 악기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음색을 질서와 균형으로 인도하는 악기로 오케스트라에서 반드시 필수적인 존재다.
이영원군은 바순을 닮았으면서도 브람스와도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바하와 베토벤으로 이어지는 독일 음악의 계보를 이은 보수주의자 브람스처럼 이군도 음악적인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주의자였다. 락 음악을 좋아하는 10대지만 그는 고전적 락과 전통재즈에 심취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얼굴에는 브람스 음악에서나 풍겨나올 듯한 평안함과 낭만적 진지함이 가득하다.
5살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지난해 입학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쥴리어드 음대 예비 칼리지에 합격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에 입문하기 시작했다.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연습에 몰두하는 것을 선호한다. 현재 세계적인 바순연주자 마크 골드버그 교수에게서 바순을 배우며 전문 연주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군은 6학년이 되는 해에 바순소리를 처음 들었다. 바로 그 순간 이 악기에 매료됐다. 학교 음악실 창고를 뒤져 뽀얀 먼지에 쌓여있는 바순을 찾아내 탐닉하기 시작했다. "바순이 왜 좋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거침없이 "어둡고 깊이 있는 음색이 좋다"고 답했다. 바순은 목관악기 중 가장 낮은 저음을 내는 더블리드 악기다. 그런 탓인지 다른 악기에 비해 연주자들이 많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그는 바순과의 만남을 필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군은 지난해 뉴욕주 올 스테잇 오케스트라 바순 연주자에 선발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최고의 기량을 갖춘 청소년 연주자들이 모이는 뉴욕 유스 심포니(음악감독 펄 하스)단원에 뽑혀 카네기 홀과 퀸즈 칼리지 등에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생화학자를 꿈꾸는 이군은 학교 성적도 우수해 전과목이 어드밴스 단계에 있다. 역사와 수학 경우 내셔널 아너 소사이어티에 발탁되는 영재이기도 하다. 또한 방학 때마다 타운에서 운영하는 상담프로그램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해오고 있다. 그는 스포츠(농구부 센터포드)에도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있는 만능 재주꾼이다.
"음악이 삶의 한 부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군의 얼굴에는 치열한 경쟁으로 늘 긴장해 있는 쥴리어드 예비 칼리지 동급생들과는 다른 여유로움이 묻어 있었다. "음악 때문에 경쟁을 벌여야하는 것이 가장 싫다"며 생활 속에 동화된 음악을 꿈꾸고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생화학자이며 바순연주자 이영원’,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현실이 속히 도래하기를 기원해 본다.
<이진수 기자>jinsu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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