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이 끊긴 ‘세종2호’ 대원 3명을 찾아 남극바다로 나선 5명의 대원들은 배가 뒤집히면서 바다와 빙하 위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
조난당한 지 13시간(현지시간 8일 오전10시20분)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정웅식(29) 김홍귀(31) 대원은 9일 밤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당시의 처절했던 상황을 전했다.
-조난 당시 상황을 얘기해 달라.
“블리자드가 초속 12㎙로 부는 오후 7시10분 5명의 대원이 ‘세종1호’ 고무보트를 타고 수색을 시작했다.
실종대원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 알드리섬 인근 해안선을 따라 중국기지쪽으로 이동하던 중 오전 8시50분께 갑자기 역풍이 불면서 앞이 보이지 않더니 ‘퍽’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순간 몸이 튕겨져 나갔고 대원들의 고함과 비명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물에 빠져서는 어떻게 했나.
“바닷물이 몸 속으로 밀려들자 얼음 속에 갇힌 물고기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헤엄은 엄두도 낼 수 없었고,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대원들을 엄습했다.
일단 정신을 차려 휴대하고 있던 방수팩에서 무전기를 꺼낸 뒤 ‘배가 뒤집혔다’고 송신했지만 물에 젖은 무전기는 곧 끊겼다.
그 때 다행히 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와 서로의 위치와 생사를 확인하고 한 곳으로 모였다.”
-전재규 대원은 어떻게 숨졌나.
“배 앞쪽에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방향을 유도하던 전 대원은 배가 뒤집힐 때 보트 줄을 잡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대원보다 멀리 튕겨져 나갔다.
정신을 잃은 듯 배영하는 식으로 똑바로 가만히 누워 있었다. 가장 가까이 있던 진준 대원이 구명복 뒷덜미를 잡았지만 파도가 쳐 놓쳤다.”
-상륙은 어떻게 했나.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서로 ‘힘내라’ ‘정신차리라’라고 소리치며 희미하게 보이는 해안으로 헤엄쳤다.
작은 암초에 수없이 부딪히면서 해변가로 밀려왔는데 몸이 굳어 일어나질 못했다.
육지에 올라 전 대원을 찾았지만 너무 어두웠고 파도가 심하게 쳐 찾지 못했다.
다음날 전복된 위치에서 좌측에 있는 큰 바위 옆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우리 상륙지점에서 20~30㎙ 떨어진 곳이었다.
-구조되기까지 어떻게 추위를 견뎠나.
“모두 방수ㆍ방한복을 입고 있었지만 온 몸에 힘이 빠지고 떨렸다. GPS를 이용, 중국기지로 가려고 했지만 블리자드가 불어 8일 새벽 1시께 ‘이나치’라 불리는 칠레 하계연구소 컨테이너로 갔다.
그곳엔 가스레인지 주전자 히터가 있어 뜨거운 물을 마실 수 있었다. 모포 2장을 2사람이 1장씩 나눠 덮고 서로 끌어안은 채 잤지만 깊은 잠을 자지는 못했다.
그렇게 밤을 새고 아침 9시께 무전기 등 장비를 찾기 위해 현장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러시아 구조대를 만났다.”
김명수 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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