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선자금 기업간부 5,6명 이번주 소환

검찰이 이번주부터 불법대선자금 관련 기업인들에 대한 본격 소환조사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4일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수사목적 달성에 필요한 수준에 그치고 기업인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로 바로 진행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취임 1주년을앞두고 중앙일보 홍석현(洪錫炫) 회장과 3시간 30여분간 대담을 갖고 “기업인들에게까지 과거를 다 묻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국민들에게도 부담스럽고 경제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불법정치자금을 조성ㆍ제공한 기업인에 대해 엄정한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일부 야당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것이어서 대통령의 수사 개입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또 대선자금과 관련, 대사면을 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국민들의 동의를 얻은 다음에 과거를 사면하는 일은 가능한 일”이라며 “그러나 나도 피고석에 있다는 점에서 가타부타하기엔 내 처지가 옹색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 중수부(안대희ㆍ安大熙 부장)는 15일 이번 주부터 비자금 조성 및 불법정치자금 제공에 관여한 기업인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사법처리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안 부장은 “비자금 조성 등 혐의가 상대적으로 무거운 기업인들의 경우 구속수사할 방침”이라며 “검찰수사에 협조한 기업에 대해서는 감경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부장은 특히 기업총수의 사법처리 수위와 관련, “죄질에 따라선 영장청구도 가능하다”고 말해 5대 그룹 중 일부 기업총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중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미국 출장중인 삼성 구조조정본부 이학수(李鶴洙) 부회장 등 5대 그룹 구조본부장과 계열사 사장급 간부 5,6명이 이번주중 소환돼 사법처리될 것으로 보이며 다음주께 일부 재벌총수의 소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대선자금 연루 정치인 소환 및 사법처리도 동시에 진행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삼성 구조조정본부 차장 김인주(金仁宙) 사장에 대해 17일 소환을 통보했다. 검찰은 “김 사장은 삼성이 한나라당에 추가로 건넨 채권 170억원 관련 조사가 목적이며 기업인 사법처리 일정과는 일단 무관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한나라당에 건네진 삼성채권 282억원 중 약 150억원 가량이 아직 현금화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채권의 행방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그러나 282억원 중 170억여원을 삼성측에 반환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과 관련, “서정우(徐廷友) 변호사를 최근 소환, 조사했으나 반환했다는 진술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해 11월 이후 한나라당이 남은 채권을 돌려줬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검찰은 ‘굿머니’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을 폭로한 김진희(31ㆍ여)씨를 14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관련진술을 녹음했다는 CD의 존재여부 등을 조사했으며 16일 재소환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검찰은 대선당시 부산지역 기업 4곳으로부터 불법자금 2억원을 모금, 최도술(崔導術)씨에게 건넨 혐의로 열린우리당 김정길(金正吉) 전 의원을 14일 소환 조사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고주희기자orwel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