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28m 강풍에 순식간 번져… 한밤 곳곳서 잔불살아나 애먹어
2년 연속 덮친 수해에 산불까지….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10일 밤 강원 속초시 노학동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마을을 덮쳐 22세대가 불에 탄 조양동과 속칭 청대리의 마을회관. 이재민임시수용소로 마련된 이곳에 일단 몸을 맡긴 주민들은 아예 말문을 닫았다.
태풍 ‘루사’와 ‘매미’가 가져온 피해와 악몽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화마가 휩쓸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다시 살아보려 했는데, 산불이…
이명기(49) 통장은 마을로 무섭게 몰아쳐오는 산불을 봤을 때는 속수무책이었다며 수해때 처럼 사람부터 살려야 하겠다는 생각에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알렸다고 말했다.
’산불이 났다’는 아내의 전화를 직장에서 받고 막히는 길을 뚫고 집에 도착해보니 이미 집은 불길에 휩싸인 채 폭삭 무너져 있었어요. 신종화(41)씨는 다시 살아 보려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산불에 또 전 재산을 모두 날렸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신씨의 아내 이해숙(38)씨도 연기 냄새가 나 집 밖으로 나와 봤더니 이미 집에 불이 붙어 있어 몸만 겨우 피할 수 있었다며 치를 떨었다.
청대산 불 순식간 주택가로 번져
목조 주택 5가구가 불에 탄 조양동 온정리 마을도 딱하기는 마찬가지.
화마에 전재산을 날린 김춘옥(77◦여)씨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터를 돌아보며 수해 이후 온힘을 다해 다시 일군 터전인데 이렇게 될 수 있느냐며 눈시울을 적셨다.
속초시 노학동의 야트막한 청대산에서 산불이 난 것은 이날 오후 1시 22분께. 속초변전소 부근에서 발생한 산불은 초속 최고 28m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바다쪽인 조양동 쪽으로 번졌다.
이어 변전소 부근 과수원 한가운데 있는 한 주택에 불이 붙었고, 순식간에 200여m 떨어진 집도 불길에 휩싸였다. 잠시후 산불은 속초지역 최대 아파트 밀집단지인 부영아파트 쪽으로 내달렸다.
불은 오후 5시를 넘기면서 수그러드는 듯 했으나 밤늦게 강풍을 타고 곳곳에서 잔불이 다시 살아나 주민들을 밤새 불안에 떨게 했다.
강풍에 진화도 밤새 애 먹어
불이 나자 군장병 1,000여명, 공무원 소방대원 등 2,400여명과 산림청 헬기 17대, 소방차 38대 등이 동원돼 진화에 나섰으나 강풍으로 진화에 애를 먹었다.
한편 지난 1996년에는 고성 산불로 3,700ha, 98년에는 강릉 사천 산불로 301ha가, 2000년 4월에는 사상 최대의 대형산불로 고성, 강릉, 동해, 삼척, 경북 울진 등에서 2만3,448ha의 산림이 숯더미가 됐다.
특히 공교롭게도 고성산불이 났던 96년 4월에는 제15대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고 강릉 사천산불이 발생한 98년에는 제2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2000년에는 제16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속초=곽영승 기자 yskwak@hk.co.kr
/안형영 기자 ahn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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