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 벌려고 항울제실험 지원한 여대생
약물 부작용에 대학도 중퇴, 끝내 자살
학비를 벌기 위해 임상실험에 참여했던 인디애나주의 여대생이 약물 부작용으로 자살한 사건이 발생,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독실한 오순절 교도인 트레이시 잔슨(19·사진)은 어렸을 때부터 오순절 교파인 인디애나 성경대학에 다니는 것이 꿈이었다. 잔슨은 지난해 인디애나폴리스에 위치한 정원 260명의 작은 기독교 대학에 입학, 일단 소망을 이루기는 했지만 학교를 계속 다니기 위해서는 매 학기 3,470달러에 달하는 학비를 조달해야 했다.
가진 돈은 없었고 기계제작공인 아버지마저 최근 실직하자 트레이시는 매일 하나님께 학비를 마련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이처럼 다급한 상황에서 트레이시는 지난해 말 대학에서 몇 마일 떨어진 엘리 릴리 제약회사가 임상실험에 참여할 건강한 성인 100명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49일 동안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약을 복용하면 매일 150달러를 지불한다는 조건이었다. 49일만 버티면 1년 학비를 내고도 남는 거액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실험약은 둘로섹틴으로 알려진 항울제로 이미 8,500명이 참여한 임상실험을 거쳐 연방의약국(FDA)의 승인을 앞두고 있어 위험도 적은 것 같았다. 실험에 지원한 트레이시는 일기장에 “모든 것이 하나님께 달렸다”고 기록하고 실험대상으로 뽑히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지난 1월10일 임상실험센터에 입원한 트레이시는 한달만에 자살했다.
미국에는 수백개의 임상실험센터가 있는데 이중 다수는 대학 캠퍼스에 가까이 위치해 있다. 실험 대상으로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하는 건강한 학생들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시처럼 인디애나 성경 대학에 다니는 개리 팍스(22)는 무려 9차례 임상실험에 참여,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당뇨병 실험은 음식을 토하는 불편을 겪었지만 2,600달러의 소득을 가져왔다. 나스리 아슈카(21)는 정신분열증 임상실험 도중 몸이 가려웠으나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번 임상실험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이상한 부작용을 경험했다. 일부는 잠을 잘 수가 없었고 다른 사람들은 침대 밖으로 나오기를 꺼렸다. 말다툼이 끊임없이 터졌고 일부 참여자들이 VCR을 차지하기 위해 알츠하이머 환자 앞에 새치기를 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배우로 일하는 카멜리아 라이트(38)는 “매분마다 울부짖거나 웃어대는 사람이 있었다”며 실험센터가 “정신병원처럼 됐다”고 말했다. 엘리 릴리의 글렌데일 센터에서 같은 임상실험에 참여한 한 여성은 운전대를 잡았을 때 남편이 차 앞을 지나가자 갑자기 차로 들이받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고 털어놨다.
트레이시는 실험이 시작된지 2주 후 그처럼 좋아했던 대학을 중퇴했다. 실험센터에서 외출할 수 있었는데도 수업을 빠졌고 할아버지의 장례식도 불참했다. 2월7일에는 오후 3시 교회 친구 존 크롬프튼과 통화하면서 병들었다며 휴식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그 날 오후 8시30분께 트레이시는 허리에 두르고 다녔던 스카프로 샤워 장대에 목을 맨 채 발견됐다. 자살하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는 오순절 교파의 믿음도 약물 부작용에 사로잡힌 트레이시를 구하지 못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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