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특파원
“선거보다는 생계 걱정”
텅텅 빈 분식점 여주인
“나도 이민이나 갈걸”푸념
<서울-김경원 특파원> 서울에서 택시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란 말은 이제 옛말이다.
어느 곳을 가든지 빈 택시들이 길게 줄을 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만큼 먹고 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심화되는 서민경제의 빈곤감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며 불만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당 10만원 채우기가 힘들어 요즘은 오전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뛴답니다.”
6일 오전10시 종로로 나가기 위해 여의도에서 올라탄 개인택시 운전기사 김태수(62)씨는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길거리에 쭉 늘어선 택시들을 가리키면서 “일이 없어 놀고 있는 차들”이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김씨는 “지난해 7,000만원 정도이던 개인택시 거래시세마저 5,500만원대로 하락했다”며 “영업이 안되다 보니 택시를 처분하려는 사람의 수가 구입 희망자보다 많아져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선거가 다가오면 돈이 많이 풀려 조금 나아질까 희망을 가졌지만 올해는 선거법 때문에 선거 호황도 없다”며 푸념하더니 “이것은 다 정치인들 때문”이라며 화살을 정치권으로 돌리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4면에 계속>
같은 날 오후 1시30분께 교보 빌딩 인근의 한 분식점.
김밥과 라면을 팔고 있는 김정애(45·여)씨는 점심시간이지만 절반이상 비어 있는 테이블을 가리키며 “돈들을 쓰지 않아 가게세 내기도 힘들다”며 “그때 언니를 따라 이민을 갔었어야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어디를 가든 먹고사는 문제에 고민하는 서민들의 볼멘 목소리는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각종 경기 부양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보통사람들은 “장사꾼이 손님을 끌기 위해 펴는 얄팍한 상술과 다를 것이 얻는 빈 약속” 정도로 평가절하하고 있었다.
오후 4시 교보 빌딩 옆에 있는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신축 현장. 인도와 공사현장을 격리한 나무 벽에 내 걸린 수 십개의 선거 출마 후보자들의 포스터를 훑어보던 박모(43·회사원)씨.
‘선거가 끝나면 경기부양이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박씨는 “저 사람들 정치쇼만 잘하지 언제 해직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나 같은 서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경제환경을 만들 능력이 있나요”라며 빈정거렸다.
1인2표제 정당명부제 도입으로 지역구 및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포스터까지 내걸리다보니 온통 후보자의 웃는 얼굴로 도배된 공사판 나무 벽. 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김씨는 “많이도 나왔다.정동영 대표 아들은 비싼 사립학교로 조기유학간 뒤 명문대에 다닌다지요...우리 애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올까요”라며 반문했다.
4월15일을 향해 뛰고 있는 금배지 후보생들이 생각하는 ‘민심’과 당장 생활비를 걱정하고 대학생 자녀 학자금 걱정을 해야 하는 서민들의 ‘민심’은 분명 서로 다른 쪽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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