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청년시대’의 공연이 끝난 후 단원들이 600여 관객의 뜨거운 호응에 답하고 있다.
피 끊는 청년 제군들아! 피 끊는 청년 제군들은 잠자는가…, 동천에 서색(새벽)이 밝아온다. 조용한 아침이나 광풍이 일어나리라…
가슴을 시리게 하는 구성진 가락에 맞춰 베어 나오는 나라 잃은 스물 다섯 청년의 통한의 울림에 관객들도 눈시울을 적셨다.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 사업회(회장 김덕룡 한나라당 대표) 주최 본보 주관으로 27일 샌프란시스코 헙스트 극장에서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윤봉길 의사 의거 72주년 및 8.15광복 59주년을 기념하는 창극 ‘청년시대’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출연진 대부분이 한국국립창극단 소속으로 본 공연에 앞서 소고춤, 가야금 병창, 판소리, 시나위 등 수준 높은 공연이 열렸다.
객석 여기저기에서는 판소리에 현혹된 듯 저절로 ‘얼씨구’라는 추임새가 터져 나오고, 이들의 가야금, 아쟁, 대금 등의 음률에 빠져 어깨가 들썩거렸다.
이어 창극 ‘청년시대’의 막이 오르면서 징과 북이 고요한 적막을 가르고 요동치기 시작,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점차 밝아진 무대에 하얀 소복을 걸친 두 명의 여인이 억눌린 당시의 시대상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1막 1장 ‘야학’과 2장 ‘농민과 협동정신’ 에서는 투사로서의 윤 의사의 모습이 아닌 농촌 민중계몽에 앞장서는 선각자로서의 모습이 강조되면서 상황에 따라 바뀌는 다양한 배경이 압권이라는 관객들의 평을 받았다. 특히 밭을 메는 농부들 뒤편으로 보여지는 해지는 저녁 풍경은 마치 한 장의 ‘스틸사진’을 보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대한독립의 꿈을 품고 ‘한인애국단에’에 가입, 만삭인 아내와 눈먼 딸을 뒤로하고 만주로 떠나는 3장 ‘장부출가’와 2막 l장 ‘정’에서는 윤봉길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심정을 애잔하게 그려,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계속해서 2막 2장 ‘상해임정과 거사결의’에서 윤봉길을 떠나보내는 백범 김구 선생의 애통한 심정을 이승에서 헤어지니 저승에서 만납시다라고 표현,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3장 ‘의거’, 4장 ‘청청한 방초’에서는 일본국왕의 생일기념식에 도시락으로 위장한 폭탄을 단상으로 던진 후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장면과 조국 강산을 그리며 일본 공병대 야적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애절한 장면에서 일부 관객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이때 스크린에는 윤 의사의 당시 처형 전 사진이 무대에 비춰졌다. 마지막 장에서 무대를 메운 출연진들이 내 조국 대한민국 영원하리라라는 구절이 들어 간 ‘청년들아’를 합창하는 것으로 2시간 여의 화려한 무대가 막을 내렸다.
극장 2층에서 ‘청년시대’를 관람한 제브리 닐슨(샌프란시스코 거주)씨는 우연히 극장을 찾게됐는데 생각 외로 훌륭한 작품에 감동했다며 한국의 창극은 처음 접해봤지만 그 깊이 있고 독특한 음색에 반했다고 말하고 영어로 된 자막을 내보내는 등의 세심한 배려가 인상적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공연에 참석한 윌터 김, 차학성씨 등 참석자들은 독창적 창극 무대를 통해 윤봉길 의사의 살신성인의 나라사랑 정신을 보여준 가슴 뭉클한 전례에 보기 드문 공연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활화산 같은 심장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짧은 생을 살다간 윤 의사의 일대기를 그린 ‘청년시대’는 지난 23일 뉴욕공연을 시작으로 25일 애틀랜타, 27일 샌프란시스코, 30일 로스앤젤레스 공연이라는 동부를 가로질러 서부에 이르는 대공연을 펼치고 있다.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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