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들 중국비석으로 인식…韓-中-日 ‘역사전쟁’ 갈수록 태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한국과 중국 정부간 외교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지난 3일부터 광개토대왕 순수비문의 탁본(拓本)을 특별전시하면서 중국의 것으로 버젓이 소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또 광개토대왕 비문의 해석을 놓고 한때 한국과 일본 사학계에서 논란을 빚었음에도 일본측의 주장인 ‘임나 일본부설’을 뒷받침하는 비문 해석만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구려사 왜곡’을 둘러싼 ‘역사전쟁’이 갈수록 얽혀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9일 연합뉴스의 현장확인 결과, 이 박물관은 광개토대왕 비를 포함한 고구려고분군 등이 지난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3일부터 2개월의 일정으로 동양관 제8실(2층)에서 광개토대왕 비문 탁본 등 31점의 관련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그런데 2층 전체를 중국의 유물전시관으로 꾸며놓고 광개토대왕 비문의 탁본(원본 크기) 여러장이 전시된 제8실의 입구에 ‘중국의 서(書)’라는 간판을 걸어 이 탁본이 중국의 ‘서물’(書物)인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전시실을 둘러본 일반 관람객들은 광개토대왕 비를 고대 중국의비석으로, 고구려를 고대 중국의 일부로 착각하고 있었다.
한 미국인 관람객은 이곳이 중국 전시관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고, 다른 일본인 대학생은 탁본 글자체가 ‘중국의 서’로 소개돼 있으니 비석도 중국의 비석이라고 유추하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박물관의 웹사이트(www.tnm.jp)에서도 이번 전시를 ‘중국의 서적(書跡) 특별전시 광개토왕 비’라고 홍보중이다. 또 박물관은 조만간 광개토대왕 비 전시회도 개최한다고 안내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박물관은 1884년 일본군 대위 사코 가게노부(酒勾景信)가 광개토대왕 비문을 떠서 귀국한 ‘묵수확전본’(墨水廓塡本.필묵으로 비문 글자를 베끼는 모사본)도여러장 전시중이다.
이 본(本)은 일본이 4세기 한반도 남단에 식민지를 건설했다는 한때 일본학계의주장인 ‘임나 일본부’(任那日本府)설을 뒷받침하는데 활용됐었다.
이와 관련, 박물관은 전시관 입구에 걸어둔 광개토대왕 비문에 대한 설명에서 비문에 대한 여러 해설이 존재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과거 임나일본설 주장으로 이어졌던 신묘년 왜가 바다를 건너와서 백제와 신라를 파해 신민으로 삼았다(倭以辛卯年來渡海破百殘□□□羅以以爲臣)는 자국 학자의 한가지 해석만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석은 비문이 일제에 의해 파괴되고 세차례에 걸친 석회도부 작업이 있었던 사실과 왜(倭)가 일본인에 의한 위작(僞作)이라는 반박 등에 직면하는등 논란을 빚었다.
박물관은 웹사이트에 비문의 해석을 놓고 논란이 있음을 전하면서 고구려가 한반도의 고대국가라는 사실은 외면한 채 고구려의 문화가 세계에 인정받아 고구려유적의 보호와 공개에 있어 새로운 일보를 내디디게 됐다며 광개토대왕 비와 장군총 등도 이 세계유산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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