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컬쳐 속 한국바람 어디까지
지난해 ‘한류’란 이름의 한국발 문화 폭풍이 아시아를 휩쓸고 지나갔다. 한류는 아시아와 북미대륙을 가로막고 있는 태평양을 넘어 미국에도 상륙했다. LA에선 최초의 한국 영화 페스티벌이 열리는가 하면 중국 커뮤니티에 선 매일 밤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할리웃 보울에서 열린 본보 주최 제2회 할리웃 기념음악회에도 한국 신세대 가수들을 보겠다며 멀리 켄터키, 버몬트 등에서 달려온 타인종 관객들도 많아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제 한류는 2005년을 맞는 한국이 문화 수출의 화두로 삼아야 할만큼 세계화의 선봉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미국 내 한인들에게는 한류가 낯설기만 하다. 한인들은 내심 한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우리가 매일 보고 듣던 한국 드라마와 음악이 그렇게 대단한 인기인가’ ‘백인 청소년들도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모습도 보이던데 사실인가’라며 다소 의문스런 시선을 바라보곤 한다.
본보 할리웃보울 음악제’
백인청소년 관심 눈길
중·일본계 한국드라마 심취
미국식 문화 멜팅팟 속
독자적 브랜드 유지 힘들지만
한국문화 위상 확실히
▲한류란?
한류란 단어는 지난 1998년 대만에서 시작됐다. 대만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한국 음악과 드라마 등을 통틀어 한국적 스타일이란 뜻으로 대만 언론에서 붙여준 별칭이다. 이후 한자 문화권인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 이를 연달아 사용하고 한국 언론도 기꺼이 한류란 별칭을 수용했다.
▲한류는 과연 미국에도
불어올 수 있을까.
한류는 언뜻 부르기 쉽게 언론이 지어낸 말 같지만 단순한 글의 모습을 뛰어넘고 있다.
지난 1980년대와 1990년대, 각각 중국과 일본 문화가 아시아를 휩쓸었지만 어느 누구도 ‘중류’ ‘일류’란 말을 쓰지 않았었다. 한국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반영하는 한류란 말에는 예상치도 않은 한국 문화의 발견에 놀란 중국과 일본 언론의 시선도 드러나 있다.
미국 주류 언론도 독특한 한국 문화 발견에 놀라는 눈치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미국 영화계에 성공적으로 데뷔를 했다. 또한 ‘할리웃 보울 축제’에는 한국 가수를 보기 위해 찾아온 백인 청소년들이 있을 정도로 한국 음악이 미 주류사회의 문을 뚫을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 땅에 상륙한 한류는 아시아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아시아의 한류는 아이돌 스타를 중심으로 한 음악에서 시작돼 드라마, 영화의 순서로 불이 지펴졌다. 또한 댄스 음악에 열광하는 청소년에서부터 ‘욘사마’에 열광하는 일본의 40, 50대 중장년 여성까지 폭넓은 문화 수요자를 갖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음악 시장에서 한국 가수를 찾기는 불가능하며 잇단 국제 영화제 수상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는 독창적인 이미지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가을 USC 영화학과에서 개최한 한국 영화 세미나에서 이동진 영화 전문기자는 “아시아에서는 스타 중심으로, 유럽에서는 작가주의 영화로 이미지를 쌓은 한국 영화가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특정 이미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류 이외의 것 개발
이제 막 태평양을 건너기 시작한 한류의 실패를 점치기는 무리지만 극단적인 경우 한류란 이름으로는 결코 미국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디지털 문화 컨텐츠 진흥원의 신항우 소장은 여러 민족과 인종으로 구성된 된 나라란 ‘짬뽕’ 문화의 미국사회 특징을 들어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 문화 콘텐츠가 있어도 이미 그것은 미국이란 용광로에 소화된 자국의 문화일 뿐”이라며 “한류는 미국 문화에 특별히 새로운 문화 자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단발성 성공은 가능할지 몰라도 아시아에서 부는 한류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언어 장벽이 없는 애니메이션이나 리메이크 영화란 간접적인 방법으로 한국 문화가 미국에 진출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보인 중국 감독의 영화 ‘와호장룡’, 일본 애니메이션 ‘포키몬’ 열풍을 놓고 미국에선 누구도 ‘중류’ ‘일류’란 별칭을 붙이지 않는다. 한류란 브랜드를 유지하기엔 기원은 달라도 미국 땅에 발붙인 이상 미국 브랜드로 생각하는 미국의 자국문화 중심주의도 버거운 벽으로 작용한다.
■ 현실과 과제
하지만 한류가 아시아에서처럼 홈런은 못 터뜨리더라도 안타는 쳐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해 10월 하와이대학 한국학센터에서 개최한 ‘글로벌 대중 문화 속의 한국 드라마’란 학술대회에서는 ▲단순한 스토리 라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순수한 사랑이야기 등이 미국에서까지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이유로 분석했다.
단순 명쾌한 한국 드라마는 ‘나선형 효과’를 불러일으키며 한 번 한국 드라마를 맛본 사람을 또다시 텔리비전 앞으로 불러내고 있다. 이미 온라인에는 ‘코리아위즈’ ‘야후의 왕건 팬들의 모임’ ‘시카고 KBC-TV 사이트’ ‘하와이 KBFD-TV 사이트’ 등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오프라인의 한국 드라마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LA 한국문화원의 박순태 영사는 “아시아에서 부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 브랜드 위상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한국 영화란 사실만으로 문화원을 찾는 미국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 대중 문화업계의 소재 고갈로 아시아에서 가장 왕성한 문화 활동을 하는 한국에 미국인들이 더 많은 눈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6년 한국 자동차 미국 수출 1호인 현대 포니 승용차가 롱비치항에 모습을 드러내자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낀 한인들이 적지 않았다. 20여년이 2005년, ‘한류’는 또다른 감흥으로 한인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1998년 아시아에서 점화된 ‘한류’가 2004년에서야 ‘욘사마’로 만개했듯 물 설고, 말 설은 미국에선 꽃이 피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