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외국영화에 냉동인간을 다룬 것이 있었다. 눈부시게 발달한 현대의학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질환을 가진 환자를 죽음 직전에 냉동시킨 후 10년이나 20년후 의학이 고도로 발달한 후 냉동상태에서 치료한 후 다시 소생시킨다는 다분히 공상적 또는 상상적인 구도로 만들어진 영화였다.
영화 내용은 주인공인 알렉스란 남자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입원하고 있었는데, 환자기록을 보면 연령은 35세로 되어 있었고 병실에는 비슷한 연령의 알렉스 부인인 수잔과 10세쯤 된 딸 캐시가 병상을 지키고 있었다. 인공호흡 장치로 연명하고 있던 알렉스는 그나마 의료진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결정을 내린 상태였고, 결국 의료진의 책임자인 닥터 윌슨은 환자 가족들과 의논해서 환자인 알렉스를 냉동시켜 후일 의학이 고도로 발달된 뒤 냉동상태에서 치료한 후 다시 소생시키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영화장면은 얼마 후 다시 바뀌어서 알렉스를 냉동시켜 집어넣은 커다란 유리로 만들어진 관처럼 생긴 넙적한 통을 보여준다. 특수유리로 만들어진 냉동실인데 그 속에 있는 알렉스는 완전 나체였고, 넓은 방에는 알렉스처럼 냉동처리된 냉동인간이 여러명 있었다.
그후 20년이 흘렀고, 의료진 책임자인 닥터 윌슨은 다른 의사들과 알렉스의 치료문제를 의논하고 있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닥터 윌슨의 이마에는 주름살이 많이 늘어 있었다. 더욱 발달한 의학으로도 아직 알렉스의 병을 고치는 수준까지는 되지 못한 듯 했다. 어느덧 50세가 넘은 중년 여인이 된 알렉스의 부인과 숙녀가 된 알렉스의 딸 캐시도 가끔 등장한다. 알렉스의 치료를 담당하던 의료 책임자인 닥터 윌슨은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서 사망한다. 그래서 다른 의사들이 가끔 알렉스를 치료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세월은 더욱 흘러서 알렉스가 냉동인간이 되어 유리통 속에 들어간 지가 벌써 40년이 되었다. 어느 날 병원이 있는 도시 부근에 지진이 일어나고 건물들이 흔들리는 장면이 나온다. 냉동인간들이 있는 방바닥이 흔들리더니 유리통이 기울면서 뚜껑이 열리는 동시에 알몸의 알렉스가 밖으로 굴러 나온다. 잠시 후 알렉스는 쓰레기통을 뒤져서 누더기 같은 옷을 주워서 급한 곳만 가리고 어디론가 걸어간다. 노숙자보다도 못한 처지가 된 알렉스가 그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 장면이 계속 이어진다.
세상이 너무나 많이 바뀌어 있었다. 자기가 옛날에 살던 동네를 갖은 고생 끝에 찾아갔지만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알렉스는 지나가는 노인에게 물어본다. “옛날에 이곳에 알렉스란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 집이 어디쯤 됩니까?” 노인은 한참 알렉스를 쳐다 보더니 그 사람은 나의 절친한 친구였는데...... 당신과 많이 닮았소. 벌써 40년 전에 죽었다고 알려준다. 그러면서 외딴집을 가리키면서 저 집이 알렉스의 집이고, 부인과 딸이 저기 서있다고 가르쳐 준다. 그곳을 바라보니 낡은 집앞에 허리가 구부정하고 머리가 흰 여자 노인과 50세가 넘어 보이는 중년 부인이 서 있었는데, 알렉스가 물끄러미 그곳을 바라보는 장면이 계속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오래전에 본 이 영화를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몇 달 전에 휴스턴 의료계에서 수영하다 익사직전에 있는 사람을 영하 화씨 90도로 냉동시킨 뒤 냉동치료술로 치료해서 3일만에 소생시킨 신문기사를 보고난 후였다. 냉동직전 의사들이 작성한 환자 기록에는 소생율 1% 미만, 치명적인 상태...... 이렇게 적혀 있었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기를 바라고 있다. 냉동인간이 되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세계 간에는 엄청난 간격이 존재한다. 영화에 나오는 알렉스는 40년 후에 다시 살아나기는 했지만 도대체 무엇을 해서 먹고살며 집으로 들어가면 연령차가 벌어져 있는 아내와 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염려스럽기만 하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했다. 휴스턴 의료계에서 3일 후에 냉동인간을 소생시킨 냉동치료법은 영화에서처럼 10년, 또는 20년 후에 사람을 소생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인류사회를 지탱하고 있던 인륜과 도덕 등 기존가치의 혼란을 생각해 본다. 줄기세포 연구나 인간복제 등 첨단과학의 발달과 함께 인류가 풀어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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