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초월한 파격세일이란 표현을 왜 쓸 수 없다는 겁니까?”
오렌지카운티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가 최근 기자에게 항의해 왔다.
본보 경제섹션은 ‘타운 정보’란을 통해 각종 세일, 행사 등 업계소식을 제공하고 있다. 광고주인 이 업주는 타운 정보에 가구점의 세일내용을 실어달라며 직원을 통해 기사의뢰를 해왔는데, 광고문구로 넣은 ‘상상을 초월한 파격세일’ 또는 ‘26년 외길운영, 가구점 역사상 전례 없는’ ‘폐업 가격보다 더 싼’ 등의 표현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기자는 세일폭이나 판매가격 등 정확한 숫자로 설명해줄 것을 청했으나 상대의 요구는 꽤 집요했다. 결국 기사는 그 표현들을 배제한 채 ‘최고 70% 세일, 원래 얼마에 팔던 나쭈지 소파 아무개 모델은 얼마까지 할인된다’는 선에서 출고됐다. 이 실랑이 과정에서 기자는 “기사에선 주관적이거나 극단적인 표현은 가급적 쓰지 않는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이해되지 않았던지, 이번엔 업주가 직접 전화를 해온 것이다.
광고주이자 비즈니스 오너로서 업주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26년간 가장 특별한 할인이어서, 강조하고 싶었을 수 있다. 그같은 파격 세일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짧은 시간에 큰 수익을 내고 싶은 애절한 심정은, 어쩌면 특종 기사를 쓰면서 바짝 다가온 마감시간 앞에서 애를 태우는 기자의 심정과 비슷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독자를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문장 2개 짜리 단신이라도 기사는 신뢰를 담보한다. 주관이 전혀 배제되거나 미사여구조차 없는, ‘뻑뻑한’ 것만이 기사는 아니지만 세상의 가구점마다 이렇게 세일 기사가 쓰인다면 ‘상상을 초월한 파격’이라는 표현에 독자들은 무감각해질 것이다. 펀치를 반복해 맞으면 나중엔 그 강도만큼의 통증은 못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서 퀴즈 하나. 그럼 광고의 신뢰수위는 어디까지일까. 한국 소비자보호원은 최근 신체교정 및 미용관련기구 광고의 약 70%가 허위과장 광고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2개 중앙 일간·여성지에 게재된 31개 광고를 분석한 결과, 21개 제품(67.7%)이 객관적 근거 없이 효능을 과장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보원 격인 ‘베터 비즈니스 뷰로’(BBB)는 소비자들에게 ‘기적의 치료’ ‘불가사의’ ‘효능보장’ ‘과학의 진보’ 등의 현혹적 광고문구를 경계하라고 경고한다. 기사든 광고든 이 지경이 되면 결론은 ‘소비자의 외면’ 아닐까.
김 수 현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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