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측 장남에 두산산업개발 넘기려 시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두산산업개발 경영권 탈취미수사건이다.”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이 규정한 것처럼 이번 사태는 박용오 전 회장측이 두산그룹을 실질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두산산업개발을 접수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2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 전 회장측은 형제 가운데 가장 적은 0.7%의 두산산업개발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사 상무로 근무하다 2001년 퇴사한 장남 박경원(41) 전신전자 대표의 사업을 도와주기 위해 꾸준히 지분을 팔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이 낮은 지분을 가진 박 전 회장이 전체 지분의 30%에 달하는 자사주를 淪?경영권을 확보하려 한 것이 ‘비극의 시작’이라고 두산그룹 측은 설명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 등으로 두산산업개발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원씨가 지난해 친구들을 동원하고 자금을 모았으며, 박 전 회장은 지난해 직원들에게 두산산업개발의 계열분리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두산측은 밝혔다.
아들에게 무리하게 회사를 넘겨주기 위한 ‘비뚤어진 부정(父情)’이 올 초 박용성 회장 등에게 포착돼 형제들이 이를 포기하도록 박 전 회장측에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박 전 회장은 1월 그룹 정기 인사에서 두산산업개발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겨달라고 박용곤 명예회장을 비롯한 형제들에게 요구했다.
박 명예회장 등은 두산산업개발을 소유하겠다는 꿈을 접는다는 조건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박 전회장은 두산산업개발 회장에 취임한 뒤에도 회사 소유 의사를 접지 않고 “자사주를 내가 지정하는 사람에게 팔라”고 요구했다고 두산측은 발혔다.
자사주는 우리사주조합 지분과 달리 회사가 스톡옵션, 소각을 통한 주가 상승 유도 등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박 전 회장은 두 아들과 함께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게 넘겨 경영권을 확보하려고 시도했고 이를 보다 못한 형제들이 5월 가족 회의를 열어 그룹 회장 교체를 결정했다는 게 두산측의 설명이다.
특히 15일 두산산업개발이 갖고 있는 ㈜두산의 지분 12% 가량을 계열사 및 4세들에게 골고루 매각한 것도 혹시 있을 지 모르는 박 전 회장의 두산산업개발 장악을 저지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는 것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18일 대외적으로 회장 교체가 발표돼 두산산업개발 장악 시도가 완전히 무산되자 좌절한 박 전 회장이 측근을 통해 박용성 회장 등의 비자금 의혹 등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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