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구로 많이 쓰이는 호박을 그리스어로는 엘렉트론(elektron)이라고 부른다. 나무 송진이 수백만년 굳어져 만들어진 천연의 산물, 호박과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엘렉트론’하면 뭔가 첨단 전기 기기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은 호박과 전기는 그렇게 먼 사이가 아니다. 전기를 뜻하는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는 호박, 즉 엘렉트론에서 유래했다. 호박과 전기 사이에는 깊은 인연이 있다.
전기현상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탈레스로 기록되어 있다. 기원전 6세기 학자였던 탈레스는 호박을 마찰하자 가벼운 물체들이 빨려 들어가는 현상에 주목했다. 호박을 모피에 문지르면 깃털 같은 것들을 흡인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바로 마찰에 의해 유도된 전기현상이다. 이런 신기한 현상을 호박을 통해 처음 발견했기 때문에 엘렉트론을 어원으로 전기의 이름이 만들어졌다.
2,600년쯤 지난 지금, 탈레스가 현대 문명사회를 본다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까. 단순히 깃털 정도를 빨아들이는 것으로 알았던 전기가 못하는 것이 없다.
어둠을 밝히고, 추위와 더위를 해결하고, 음식을 조리·보관하고, 교통 시스템·통신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등 현대 문명의 모든 이기는 전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될 요소로 공기, 물, 불이 꼽히지만,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는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전기이다.
전기가 없으면 현대문명은 순식간에 마비되고, 그 속에서 인간은 얼마나 무력하지를 LA 지역 주민들은 지난 12일 잠깐 경험했다. 수도 전력국 직원들이 작업 중 실수로 전선을 절단한 것이 LA 일원에 1시간 이상 대규모 정전사태를 몰고 왔다.
공교롭게도 이날 아침, 남가주에는 불안한 보도가 있었다. LA가 알카에다의 다음 테러 목표로 지목되었다는 내용이다. 그 보도가 나온지 불과 몇시간 후에 느닷없이 정전이 일어나니 “이게 바로 테러로구나”하며 불안에 떤 주민들이 많이 있었다.
다운타운 자바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한 여성은 “테러가 너무 빨리 현실로 나타나는 구나”생각하며 당장 가족들 안부가 걱정이 되더라고 했다.
가장 공포감이 심하기는 고층건물 직원들. 27층에서 근무하던 한 여성은 “건물 내부는 온통 암흑인데, 엘리베이터가 작동 안되니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전화도 안되고, 래디오·TV·컴퓨터도 안나오니 도무지 상황을 알 수가 없어 무서웠다”고 했다. 다행히 불통되던 휴대전화가 곧 작동이 돼 친구와 통화를 하고서야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전기가 나가고 보니 “카트리나 이재민들 상황이 더욱 실감나더라”“테러가 다른 게 아니다. 전기 끊으면 그게 바로 테러상황이다”는 등 한시간 여 정전 사태는 우리 삶의 기반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줬다. 항상 넘치게 있어서 소중한 줄 모르는 것 - 그 하나가 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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