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협상전이 될 게 분명했다. 이 점을 인식해 미국은 협상대표단이 숙소로 쓸 건물의 다년간 장기 리스를 체결했다.
월맹측은 이런 미국의 움직임을 알았다. 상응 조치를 취했다. 대표단이 숙소로 쓸 건물을 아예 사들였다. 협상을 하는 데 시간 구애를 받지 않겠다는 제스처였다.
이 협상에서 어느 편이 승리를 했을까. 월맹 측이다.  
월남전이 한창이었다.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미국과 월맹이 첫 모임을 가졌다. 그 때는 1968년 5월이었고 장소는 프랑스 파리였다. 
예상대로 지루한 협상이었다. 무려 4년8개월을 끌었다. 마침내 1973년 1월27일 휴전협정이 조인됐다. 월남전 종식과 평화회복에 관한 협정인 파리 휴전협정이다.
앞서 나온 이야기는 이 파리협정의 뒷이야기. 미국의 협상문제 전문가  허브 코헨이 ‘You Can Negotiate Anything’란 저서에서 소개한 것이다.
코헨에 따르면 모든 협상에는 정보, 힘, 시간이라는 세 가지 중요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잘 어우러져야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서방국가들이 공산체제와 협상에 들어갔을 때 흔히 보이는 약점이 시간적 요소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파리협정에서도 미국은 시간이란 요소에서 이미 지고 들어갔다는 얘기다.
협상테이블에 앉아 상대방의 시간적 한계점을 적절히 이용한다. 결국 상대는 시간에 쫓기어  불리한 조건에서도 제안을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을 월맹측은 노린 것이다. 
키신저는 훗날 파리협정이 ‘잘못된 일’임을 시인했다. ‘40억 달러의 퍼주기’와 서둘러 서명한 휴전협정으로 월맹 측의 대남 전략목표를 저지하려 했던 것이 실수였었다는 뒤늦은 후회였다.
코헨은 이와 관련해 이른바 ‘소비에트식 협상법’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시간은 무제한이라도 관계없다. 그럼으로써 상대를 지치게 한다. 무슨 수를 쓰든 이겨야 한다는 ‘제로섬게임’의 원칙만 고수하는 협상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공산체제와의 협상에서 ‘윈-윈’의 상황을 이끄는 창조적 협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6자회담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 계획을 포기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불가침 입장을 확인하는 등 6개 항의 공동성명이 발표된 것이다. 
3년여의 협상이 결국 결실을 맺은 것이다. 정보와 힘과 시간. 이중 어떤 요소가 이 복잡한 협상을 결국은 타결로 이끌고 갔을까. 11월 실무회담이 열리기까지 좀 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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