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해리엣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고문을 샌드라 오코너 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명한 후 백악관에서 그녀의 수락연설을 듣고 있다.
■대법관 지명된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고문은
일처리 깔끔한 60세의 싱글
CIA요원 신분노출 조사 참여
판사 경험없어 성향 미지수
은퇴한 샌드라 데이 오코너 전 대법관 후임으로 3일 지명된 해리엇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 고문은 전형적인 ‘텍사스 사단’의 일원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주 출신인 마이어스는 부시의 텍사스 주지사 시절부터 개인 변호사 자격으로 많은 법률적, 정치적 조언을 하는 등 일찍부터 부시 사단의 ‘이너 서클’ 멤버로 가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94년에는 텍사스 주지사에 당선된 부시 대통령의 정권인수위원회에도 고문자격으로 참여했다.
올해 60세로 미혼인 마이어스는 자그마한 체구지만 텍사스주에서 다양한 법률적 경험을 쌓았고 맡은 일은 뿌리를 뽑을 때까지 밀어붙이는 강단 있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텍사스주 복권위원회 위원장으로 봉직하면서 이 기구가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 그녀의 명쾌하고도 근성 있는 일 처리 솜씨는 부시 대통령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부시 대통령은 그녀를 “체구는 작지만 한번 물면 끝까지 놓지 않는 투견”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따라서 그녀를 대법관으로 임명한 것은 집권 2기를 맞아 요직에 ‘이너 서클’ 멤버였던 핵심인사를 전진 배치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보아 무방하다.
달라스 태생으로 남부 감리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주로 텍사스주에서 활동해 왔기 때문에 워싱턴 정가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편이다.
이 때문에 그녀의 성격이나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워싱턴으로 진출한 뒤 기자들과의 접촉은 거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어스가 워싱턴에 입성한 것은 불과 지난 2001년이었다. 대통령 보좌관으로서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각종 서류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맡다가 2003년 대통령 보좌관 및 비서실 부실장으로 승진됐다. 금년 2월엔 대통령 법률 특보를 맡았다가 이번주 백악관 법률 고문으로 전보 발령됐다.
그러나 그녀는 지난 2001년 9.11 테러사건 이후 국가안보 및 군법 등에 대한 조언, 논란이 됐던 CIA(중앙정보국) 비밀요원 신분 누출사건의 조사를 포함한 법률적 조사에 참여하는 등 광범위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들 말에 따르면 그녀는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인 캐런 휴즈 국무부 홍보담당 차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처럼 터프하고 직설적이며, 충성스러운 성격을 가졌다는 후문이다.
마이어스는 달라스와 텍사스주 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지방 법조계에서는 뚜렷한 족적을 남겼지만 판사 경험이 없어 그가 어떤 재판 성향을 보일지는 예측이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 1992년 미국변호사협회에서 큰 논란이 됐던 낙태권 보호 지지 결의안에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경력이 있어 상원의 인준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마이어스는 비록 1980년대의 일이긴 하지만 당시 테네시주 상원의원이었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을 비롯, 상당수 민주당 후보들에게 소액의 선거 캠페인 관련 기부를 한 것으로 나타나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층에게 적잖은 혼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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