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논쟁 피하기’고육책
“진보진영과 대립 불리”판단
보수파엔 “우리편” 양동작전
해리엇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 고문을 새 연방 대법관으로 임명한 것은 사면초가에 처한 임명자 조지 부시 대통령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4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대통령과 공화당이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정부의 늑장 대응, 개솔린 가격의 앙등, 장기화되고 있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전 분위기 고조 등 여러 가지 문제로 곤경에 빠져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신문은 이 같은 상황에서 전면적인 이념 논쟁을 일으켜봐야 이로울 것이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 대통령은 마이어스를 대법관으로 임명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보수 진영 인사들은 연방 상원에서 격한 인준 논쟁이 일더라도 대법원의 균형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보수 색채가 뚜렷한 인물이 대법관에 지명될 것으로 기대했으며 대통령이 이같은 기대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낙태와 소수민족계 우대 정책, 종교 및 다른 사회적 이슈 등 보수와 진보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입장이 명확치 않은 마이어스를 임명함으로써 진보진영과의 직접적인 대립을 피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다.
이와 더불어 “마이어스의 생각과 배경 속에 보수와의 거리를 암시하는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다”며 보수진영을 향해 자신의 선택을 믿어달라고 주문하는 양동작전을 펼치고 있다.
당에 소속되지 않은 채 정가 소식을 전하고 있는 뉴스레터 ‘더 쿡 폴리티컬 리포트’의 편집장 찰스 쿡 주니어는 “산적한 난제로 백악관이 우쭐대는 모습은 사라졌다”며 “부시 대통령도 백악관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알고 위험성이 가장 적은 방법으로 마이어스를 지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지금까지 사람의 성격을 잘 파악하는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을 가져왔으며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을 중요 직책에 등용하는 인사 정책을 고수해 왔다. 마이어스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득 배어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낙태 등 행정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제로 격론에 부닥쳤을 때 충성심은 백악관에 가장 매력적인 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스콘신대학 정치학과 찰스 존 명예교수는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것에 혼신의 힘을 다할 수 없는 시점이 있게 마련”이라며 “내가 추측하기로는 대통령이 마이어스가 대법관으로서 자질이 충분한 것으로 자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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