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타석에 선수가 들어섰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3만여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도대체 어떤 선수이기에. 
기대감의 눈길이라고 해야 하나. 의구심의 눈초리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온 관중의 시선은 이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녔다.
그 선수의 이름은 래리 도비였다.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입단한 것이었다. 때는 56년 전인 1949년.
인종차별의 벽이 두껍던 시절이다. 흑인이 얼마나 실력이 탁월하기에 메이저리그 선수로 발탁된다는 말인가. 그의 첫 출전이다. 당연히 관심이 모아졌던 것이다.
아마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가난과 차별 속에 지내온 나날들. 그에게 용기를 주느라고 온갖 것을 희생해온 가족들. 그를 우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 수많은 흑인 소년들.
첫 타석에서 도비는 그런데 무기력하게 삼진을 당했다. 헛방망이질 세 번 끝에. 
얼마나 오래 훈련을 쌓아왔나. 그런데 그만 메이저리그 데뷔 첫 타석에서 무기력하게 주저앉게 됐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몹시 실망했다. 그리고 풀이 죽어 덕 아웃에 돌아가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혹시나 하던 기대가 사라진 가운데 다음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팀의 최고 백인 강타자 조 골든이었다. 
어떻게 된 판인지 그는 서둘러 스윙을 하고는 삼진을 당했다. 덕 아웃으로 들어온 그 역시 힘없이 주저앉고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숙였다. 도비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참내기 흑인 동료에게 뭔가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힘을 내라는 것이었다. 나 같은 베테런 강타자도 안 맞아 삼진으로 물러날 때가 있으니 결코 낙심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전해지는 아름다운 이야기의 하나다. 피부를 초월한 동료애, 실망한 사람을 배려하고 용기를 주는 행동의 귀감으로.
미셸 위의 프로 데뷔전이 악몽으로 끝났다. 규정위반으로 그만 실격을 당하고 만 것이다.
기대가 컸었다. 당연히 실망도 크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실망이 큰 사람은 본인 자신일 것이다. 울먹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는 데서 그 아픔이 느껴진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따뜻한 격려다. 그리고 힘을 내 다시 하는 거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