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인가”- 남가주에서 세차업을 하는 K씨는 하늘을 쳐다보며 답답한 심정을 달랠 길이 없다. 올해 초 연일 비가 내려 거의 폐업하다 시피 했는데 봄여름 지나고 가을이 되자마자 또 비가 내리니 덜컥 겁부터 나는 것이다.
“요즘 날씨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어요. 올 겨울에도 지난해처럼 비가 온다면 비즈니스는 앞으로 몇 달 또 공치게 되겠지요”
남가주에 때 이른 가을비가 내렸다. 첫 가을비가 내린 17일과 18일 남가주 일부 지역에는 굵직한 우박까지 떨어져 곳곳에서 교통사고가 나고, 정전사태가 발생하며, 출퇴근 길이 교통지옥이 되었다.
그렇다고 가을비가 반갑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기변화 없이 그날이 그날 같은 남가주에서 모처럼 비가 내리니 운치가 있고 가을 정취가 살아난다. 거리의 나무들은 물기를 머금으며 생기가 돌고 단풍도 짙어졌다.
문제는 비가 시도 때도 없이 내려서 예측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겨울이 우기인 남가주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것은 보통 추수감사절 전후의 11월 말.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10월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우기가 다 지난 4월에도 비가 내린다.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상 기상 현상의 한 파장인데 날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나 업소들에게 이런 날씨의 변덕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한국일보사가 매년 개최하는 할리웃 보울 음악제 때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은 날씨이다. 행사 당일 폭우라도 쏟아지면 몇 달 동안 공들여 준비한 것이 모두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행사 일정을 비 올 확률이 가장 낮은 시기로 잡지만 요즘같이 기상 이변이 심한 때는 연중 어느 날을 잡아도 100% 안심을 할 수가 없다.
날씨에 따라 울고 웃는 것은 소규모 자영업의 경우 거의 모든 업주들의 현실. 비오면 문을 닫아야 하는 세차장 뿐 아니라 마켓, 리커, 식당, 옷가게 등 대부분의 업소들이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비가 주룩 주룩 내리면 웬만해서는 물건 사러 나가지 않는 것이 보통 소비자들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날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될까. 일반적으로 상품판매에 경기는 70%, 날씨는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유통업계는 분석해왔다. 경기에 따른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과 날씨에 따른 고객들의 구매 욕구 변화가 7대 3 정도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근년 기상 이변이 심해지면서 경기 보다 오히려 이상 기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카트리나로 인한 사회 경제적 여파가 대표적인 예이다. 날씨가 우리의 기분 뿐 아니라 주머니 사정까지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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