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예행(70) 선교사는 멕시코인들의 대모로 그가 속해 있는 성결 교단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황 선교사는 멕시코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현지인은 물론, 그곳 선교사들이 어머니로 섬길 정도로 멕시코인들에게는 고마운 한인이다. 그 정도로 그는 멕시코에 대해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선교사역을 하고 있다. 그러나 황 선교사가 이러한 활동을 한다는 것은 어느 누가 보아도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다. 연로한데다 여성의 몸이고 스패니쉬나 영어도 잘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선교사역을 놀라울 만큼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어떻게 그가 멕시코인들로부터 대모로 불릴 만큼 성공적인 사역을 해낼 수 있었을까?
그가 지난 10년간 멕시코에서 이룬 실적만 해도 42개 교회 건축을 비롯해 신학교와 선교센터 건축 외에 출감자 및 동성연애자를 위한 숙소 건립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남성들의 영향력이 센 선교지에서 이같이 그가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굳건한 신앙심과 ‘여성이지만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 그리고 용기로 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이나 남성들, 그리고 언어에 문제가 없는 교인들이 신선한 자극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황 선교사가 그와 같이 큰 일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한국의 기독교 대한 성결교단내 교회들과 뉴욕 소망교회를 비롯한 미주 교회들의 협조와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솔로몬이나 소로스 사에 버금가는 굴지의 펀드회사 타이거 매니지먼트사의 적극적인 후원과 황 선교사의 둘째 아들이자 펀드회사의 아시아 담당 황성국 사장의 뜨거운 관심과 지원도 큰 몫을 담당했다. 황씨는 어머니의 사역을 이해하고 그의 선교사업에 지금도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황 선교사는 어릴 때부터 돈독한 신앙을 모태로 서울 돈암동에 있는 성결교회 주일학교와 결혼 전까지 삼선감리교회를 다니면서 수도여자 사범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그후 고인이 된 당시 전도사였던 황예식 목사와 결혼, 슬하에 두 아들과 세 딸을 두게 되었다. 이어 82년 12월 남편을 따라 아이들과 함께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그러나 미국 온지 두 달만에 부군인 황 목사가 느닷없이 죽음을 맞게 된다. 당시 그의 슬픔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슬픔 속에서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든 것이 암담했다. 그러나 간구하는 기도 중에 하나님의 위로와 은혜를 체험하면서 전도사로 소명을 받게 되었다. 그때부터 황 선교사는 온전히 믿음만으로 남가주 장로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공부를 끝낸 후 LA에서 자비량 선교를 3년간 하면서 멕시코인들을 위한 교회 3곳을 개척했다. 이것이 그가 이룬 멕시코 선교의 첫 결실이다.
황 선교사는 94년 1월 기독교 대한성결교회 해외 선교위원회에서 선교사 안수를 받고 멕시코로 파송받아 현지에 기거하며 본격적인 선교사역을 하게 되었다. 주 사역은 교회 건축으로 그는 세워진 교회에서 40여명의 현지인 목회자들과 함께 활발하게 헌신 사역을 하고 있다. 그는 멕시코에 선교의 교두보라 할 수 있는 멕시코 성결 신학교를 건축하고 멕시코인 신학생들을 가르쳐 훈련을 통해 장차 멕시코 복음화의 전초기지로 비전을 심었다. 신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멕시코 각 처로 흩어져 사역을 하거나 학교에서 주선하는 교회에서 목회를 맡아 할 수 있도록 신앙훈련을 받는다. 황 선교사는 이를 위해 기숙사건립과 운영자금을 홀로 모금,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부담 없이 먹고, 자고, 공부를 하게 만들었다. 그는 또 97년 11월 멕시코에 멕시코 성결 교단을 창립, 복음 사역에 열정을 쏟았다. 또한 감옥 선교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사역하던 중 출감자 숙소 5개를 건축했다. 그곳에는 현재 약 150명의 출감자들이 기거하면서 변화된 삶을 살기 위한 제자훈련을 받고 있다. 이밖에 동성연애자들 30여명을 함께 기거케 하고 복음을 통한 치료 및 제자훈련을 시키고 있다.
황 선교사는 LA에서 8시간 떨어진 멕시코 바닷가 근처에 센킨틴이라는 곳에 선교센터를 건축해 이곳에서 단기선교팀을 훈련시키며 멕시코 복음화를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센킨틴은 매우 험한 외길인데 이곳을 황 선교사는 매주 1~2회씩 반드시 오고 간다. 그곳에는 주로 멕시코 원주민 농장주가 인디오를 모집, 열악한 캠프에 모아놓고 생활하면서 도마도, 오이, 고추 등을 심게 했다. 황 선교사는 이들 인디오가 모여 사는 깜뽀에도 교회를 세워 그곳 원주민 목사를 보내 예배를 드리게 했다. 이런 일을 하다보니 황 선교사의 새 차가 LA에서 기부받은 많은 물건을 실어 나르는 바람에
완전히 거덜이 나 고물이 다 됐다. 그래도 황 선교사는 보람있고 기쁘기만 하단다. 이런 활동들
을 다 하나님 앞에 받은 것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에서 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의 주된 사
명은 교회당을 지어 거기에서 개화, 교육, 찬양으로 교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황 선교사는 사역하면서 힘들 때나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멕시코인들의 생활을 보면서, 또 출감자들이 덮을 모포 마련을 위해 담요수집에 나서면서 남몰래 운 적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황 선교사가 손수 뛰어 다니며 수집한 담요가 추운 날씨에 낮에는 출감자들의 덮개로, 밤에는 모
포로 쓰여지는 것을 볼 때 너무나 흐뭇했다고 말한다.
그의 사역 가운데 무엇보다 흐뭇한 결실은 부모와 같이 LA에 살다 고교 때 마약으로 미국에서 추방당한 ‘홧낀’이라는 멕시코 청년이 사업에 좋은 협력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영어와 스패니쉬를 동시에 능통하게 하므로 황 선교사의 보조자 및 운전자, 통역자로 크게 도움이 되
고 있다.
황 선교사의 멕시코에 대한 진한 사랑과 관심은 지난 월드컵대회 때 보여준 그의 마음과 태도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한국과 멕시코가 벌인 경기에서 황 선교사는 조국인 한국보다는 멕시코를 더 응원했고 심지어는 멕시코 파리조차 안 죽인다고 하니 그가 가진 멕시코 사랑이 어느 정도인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이런 황 선교사의 멕시코 사랑은 그곳에서 담요를 팔면서 현지 말을 배우고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황 선교사는 올해 7순을 기념, 선교 간증집(한국어, 영어, 스패니쉬 합본) ‘순종은 축복의 열쇠’라는 제하의 책을 출간해 멕시코에 이어 한국, LA 그리고 지난 2일에는 뉴욕의 뉴욕소망교회(황하균 목사)를 찾아 출판기념 예배를 가진 바 있다. 뉴욕소망교회는 황 선교사가 뉴욕에 올 때마다 선교보고지로 삼는 교회로 이 교회 교인들도 이미 그의 취지에 공감, 멕시코 티와나에 소망교회 지교회를 짓고 있다. 황 선교사는 자신의 활동에 대해 “교회당을 짓고 헌당하는 것이 매우 보람스럽다. 그러나 복음전파도 이에 못지 않게 큰 보람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황 선교사는 또 자신의 선교사역에 “나 같은 노인도 하는데 다른 사람은 못하겠느냐”며 “선교에 뜻이 있는 젊은이나 남성들은 안일하게 있지 말고 ‘모두 깨어라, 일어나라, 그리고 빛을 발하라”고 역설한다. 이는 선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눈을 크게 뜨고 더 적극 해외 선교에 나설 것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그는 “이민교회도 우리끼리만 모여 살 게 아니라 안목을 넓혀 다른 민족에게도 눈을 돌려야 한다”면서 특히 “LA나 뉴욕의 한국인 가게에서 일하는 남미인들을 대상으로도 멕시코 언어가 가능한 사람들이 나서 복음 활동을 개척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한다.황 선교사가 쉬지 않고 그 동안 멕시코에 뿌린 씨앗은 먼 훗날 더욱 아름답게 꽃 피어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보여준 사랑과 열정은 수많은 멕시코인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여주영 논설위원>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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