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고
▶ 실비아 패튼<한미여성회총연합회회장>
첫눈이 녹지 않은 아름다운 여인의 산 설악산 꼭대기를 바라보며 낙산사의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뒤로하고, 결실을 맺는 자연처럼 우리의 외침 또한 귀한 결실을 향한 질주임을 생각하게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겼다. 12개국에서 모인 국제결혼여성들은 나름대로 개성이 너무도 강했다. 진솔한 삶의 ‘진’과 아름다운 마음의 ‘선’과 사람 냄새가 나는 ‘미’가 함께 어우러진 너무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딸들을 나는 보았다.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같은 민족으로부터 사람대접을 받은 것 같다는 한 참가자는 그 동안의 설움을 못 이기고 가슴속에 간직했던 오래 고인 눈물을 쏟아 내기도 했다. 50년 동안 받은 수많은 설움과 차별로 자신을 할퀴고 짓밟은 조국을 감싸 안고, 그들을 용서해 주라고 기도한다는 국제가족 정동권 씨는 “내가 혼혈로 태어났다는 것이 뿌듯하고 내가 차려 드려야 할 어머니의 생일상을 조국이 차려 주는 것 같아 좋다”고 말하고 “이제 내가 받았던 놀림, 차별을 없애서 저 모든 어머니들이 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 우리 혼혈 1세대가 낳은 자녀들만큼은 놀림이나 차별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혼혈인이 아닌 국제가족으로 불러 달라”고 했다.
이번 대회는 처음으로 국회에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혼혈인들에 대한 차별행위를 금지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줄 것을 요청했고, 국제결혼여성들이 훌륭하게 세계 각처에서 조국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를 알리는 기회였다.
첫날,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은 참가자들은 피곤함도 모르고 새로 만난 언니, 동생들과 이야기 마당을 피웠다. 개막식에 이어 전야제에는 국제가족여러분 외에도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이광규 재외동포재단이사장 등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손에 손을 잡고 같이 불렀다.
둘째 날, 지은희 전 여성부장관과 이광규 재외동포재단이사장의 강의가 이어졌다. 정말 우리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또 다짐해 보는 시간이 되었었다. 또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이 주최하는 오찬에 참석했다. 여성가족부는 2001년부터 한민족 여성간의 견고하고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하여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를 실시하고 있다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이번 대회의 핵심이었던 셋째 날, 국제결혼여성세계대회 방문단 대표 10명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방문해 김애실 위원장, 초대 여성부 장관을 지낸 한명숙 의원, 이경숙, 홍미영, 김희선 의원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국제결혼여성과 한국 내에 있는 혼혈인들에 대한 차별행위를 금지하는 특별법으로 제정할 것”과 “혼혈 자녀들에게 정치, 경제, 교육 등 각 분야에서 균등한 권리와 기회를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한명숙 의원은 최선을 다해 도와줄 것을 약속했다.
마지막 날 혼혈인들과의 대화, 그리고 사례발표, 이중문화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이야기했다. 지나온 경험들을 함께 나누며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서로 소중하게 간직하며 우리의 희망을 하나로, 우리열매가 무르익도록 내디딘 발걸음이 힘차게 나아가게 되길 바란다. 우리의 마음과 생각과 목적이 분명하고 서로 함께 위하고 격려하며 우리의 아름다운 마음이 승리를 하리라 믿으며 사랑으로 감싸주고 덮어주며 따뜻하게 살자고 외치며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는 깊고 깊은 정과 그윽한 사람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우리도 한국의 딸이라는 걸 재확인했다.
실비아 패튼<한미여성회총연합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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