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회장·박용만 부회장 전격 사퇴
’전문 경영인制’’ 4세 승계’ 등 전망 갈려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선·투명경영 주력
불법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4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재계 서열 9위인 두산그룹이 또 다시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두산그룹이 그동안 그룹 회장과 최대 계열사인 두산중공업 회장을 겸하고 있는 박용성 회장과 그룹 내부 살림을 총괄하는 박용만 부회장의 투톱 체제로 운영돼 왔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동반퇴진으로 당장 경영권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두산측은 박용성 회장이 지난 7월 박용오 전 회장에 의한 비자금 의혹이 제기된 직후 용퇴를 생각했지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맡은 일이 워낙 많아 마음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며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을 뿐, 검찰 수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경영 일선과 공식 직책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를 갖추면 아무래도 검찰이 사법처리 수준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 회장과 박 부회장의 동반 사퇴에 따라 박승직 창업주, 박두병 초대 회장에 이어 그룹을 이끌어온 오너 3세들은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두산은 일단 계열사 사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위원장 유병택 ㈜두산 부회장)를 구성, 경영권 공백을 최소화 하는 한편 선진적인 지배체제 개선 방안 등 그룹 현안을 논의하고 차후 세부적인 그룹 경영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두산이 당분간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3세 6명 가운데 이번 사태와 무관한 사람은 박용곤 명예회장과 4세인 박용현 서울대 의대교수밖에 없는데다 시민단체 등이 전 근대적인 가족경영 체제를 바꾸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도 이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진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과거의 낡은 관행과 철저히 단절하고, 보다 투명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게 두산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 전원이 경영에서 손을 떼고 완전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는 혁신적인 지배구조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두산은 91년 페놀사고 이후 2년간 정수창 회장이 이끄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한 바 있다.
그러나 두산은 합리적인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경영 등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섣부른 기대에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4세 경영인으로의 경영 승계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은 장자 우선의 원칙이 적용돼온 그룹이라며 고 박두병 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그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 부회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비자금 사태와 무관한데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두산산업개발의 경영을 책임져 왔기 때문이다.
한편 대한상의도 당혹감 속에 내년 3월까지인 박 회장의 잔여 임기를 대신 수행할 후임자를 이른 시일내에 선임키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