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과 델리 등 한인 소기업의 비즈니스에 매우 불리한 좌대규정 강화법안이 뉴욕시의회를 통과했으나 상인단체의 맹렬한 반대운동으로 최근 이 법안이 무산됐다. 한인 뿐 아니라 중국계와 히스패닉계 단체들이 힘을 합쳐 저지운동에 나선 결과 이 법안을 발의한 존 리우 의원으로부터 지난 달 25일 법안 철회 결정을 받아내게 되었던 것이다. 이 운동의 중심에는 뉴욕 소상인의 대부로 자타가 공인하는 뉴욕한인소기업센터 김성수 소장이 있었고 이번 성과는 그의 끈질긴 집념이 이루어낸 또 하나의 쾌거라고 할 수 있다.
김 소장은 지난 8월 15일 이 법안의 발의자인 존 리우 시의원 사무실로부터 법안이 그 다음날 시의회에서 통과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공청회도 하지 않고 법안을 통과해서는 안된다고 항의했으나 8월 17일 하루에 교통분과위원회와 시의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가결됐다. 의원들이 법안 내용도 자세히 읽어 보지 않은 채 날치기 방식으로 통과되자 김 소장은 한인청과협회, 식품협회와 힘을 합쳐 법안 무효화 투쟁에 나섰다.중국계와 히스패닉 단체와 연합전선을 구축하여 존 리우의원의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하고 시장실과 시의원 전원에게 이 법안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김 소장은 이 보고서에서 좌대규정 강화법안이 논리적으로 근거가 없고 소상인에게 매우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내용을 통계적으로 제시했다. 이 보고서를 각 커뮤니티 보드 등 시내 127개 기관에 5번이나 보냈다. 이런 노력 끝에 블룸버그 시장의 거부권 행사가 이루어졌다. 이어 그는 시의원들을 일일이 만나 시의장 선거를 둘러싼 시의회 내의 세력 균형을 이용하여 지지의원을 규합해 나갔다. 의원 18명의 지지를 얻으면 재의결을 막을 수 있었는데 23명을 확보하자 존 리우 의원이 본회의 투표 30분 전에 투표일을 연기했고, 10월 27일 연기된 최종투표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재의
결 반대자가 29명으로 늘어나자 리우의원은 결국 법안 철회의사를 발표했던 것이다.그러나 이 좌대규정 강화법이 아주 철회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보류 상태로 남아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발의자인 리우의원이 지난 13일 소기업센터의 연례 만찬장에 나와 동료 시의원들 앞에서 법안을 재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지난 2달10일간에 걸친 역전 드라마는 끝장을 보게 된 것이다.
김 소장을 소기업의 ‘대부’라고 했지만 소기업에 관한 한 대부 중의 대부이다. 뉴욕에서 업계 뿐 아니라 시의 관계기관에서도 ‘김성수’ 하면 소기업으로 통한다. 시의회를 드나들기 25년째인 그는 시의원은 아니면서도 어느 고참 시의원 보다 시의회를 가장 오래 드나든 사람이다. 한국에서 전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나왔고 미국에 유학, 버지니아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컬럼비아대학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끝낸 그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1980년 한인청과상조회의 봉사실장을 맡게 되면서부터였다. 끈질긴 집념과 저돌적일 만큼 적극적인 설득력, 그리고 거침없는 영어로 그는 시의회의 판도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1980년부터 청과상조회의 봉사실장으로 3년 반동안 일한 시기는 한인사회에서 청과업의 전성시대로 그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았다. 당시 데일리뉴스지가 한인청과상들이 통일교도라고 보도하여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는 신문사에 강력히 항의하고 청과상 시위를 이끌어내는데 앞장 섰다. 또 헌츠포인트 청과 도매시장에서 강도사건이 빈발하자 그는 시 관리와 경찰관계자들과 담판하여 처음으로 시장 안에 권총을 찬 경비원을 상주시키게 했다. 그리고 상업용 렌트가 급등하여 청과업이 큰 타격을 받는 것을 보고 상가렌트 규제법을 만들기 위한 운동을 펴기 시작했던 것이다.
청과상조회를 그만 두고 한동안 소기업 문제에서 손을 뗐던 김 소장은 1985년 3월 뉴욕한인소기업센터를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개별 소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착수했다. 그는 센터를 열자마자 뉴욕시장 후보들을 초청, 상가렌트 안정을 이슈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1987년 플러싱 출신 줄리아 해리슨 시의원이 플러싱지역 한인업소의 한글 간판을 문제삼아 영어간판법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김 소장은 퀸즈칼리지와 공동조사에 나서 베이사이드에서 플러싱까지 1주일간 걸어다니며 한인가게 387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영어를 겸용한 간판이 82%였고, 순한글 간판은 노인회, 한의원 등 외국인과 무관한 업소로 8%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이 자료를 들고 시의회에 들어가서 설명, 분과위에서 해리슨 의원에게 영어간판 법안을 철회토록 했다는 것이다.그리고 1988년 뉴욕주 네일면허제도가 시행될 때 그는 네일협회 관계자들과 올바니에 30차례나 올라가 결국 주정부로부터 경력자에게 라이센스를 주는 혜택을 받아냈다고 한다.
1989년에는 각종 티켓을 받은 한인업체들에 대한 사면 계획을 신청하여 카치 시장으로부터 원금만 내고 사면을 받는 조치를 받아냈다. 그 결과 한인업계에서 250만달러를 절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또 1992년에는 청과상의 좌대 설치를 로비하여 최고 5피트까지 좌대를 설치할 수 있는 법안을
시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그 후 좌대 앞 1피트까지 비닐천막을 설치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그 뿐 아니라 청과델리업소의 골치거리 중 하나인 쓰레기 수거 비용의 인상을 막기 위해 쓰레기 업자들과 힘겨운 싸움도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소기업센터는 쓰레기 수거 라이센스까지 받아 뉴욕 시내의 단체 중 유일하게 쓰레기 라이센스를 보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김 소장을 유명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큰 후유증을 겪어야 했던 사건은 1996년부터 2년 반 동안 계속되었던 대형마켓 진출 저지 투쟁이었다. 당시 대형마켓의 뉴욕시내 진출은 법적으로 어렵고 복잡하게 규제를 받고 있었는데 줄리아니 행정부가 대형마켓 57개를 한꺼번에 허가해 주는 법을 시의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했다. 그는 이 법안의 반대 투쟁에 앞장서 뉴욕의 소상인단체 뿐 아니라 시민단체, 노조, 납세자 그룹, 학계, 생태보호 환경운동 단체를 망라하는 저지투쟁단체를 조직했다.그는 블럭 블럭마다 주민들을 찾아 반대를 설득했고 시의원에게 전화와 팩스 보내기 운동을 폈다.
대형 마켓이 들어서면 상가가 죽고 상가가 죽으면 동네의 서비스업도 죽는다는 논리로 2,000여회의 미팅에서 주장을 폈다. 각 민족이 연합하여 시위도 벌였다. 그 자신의 말대로 ‘미친 놈처럼’ 뛰었다는 것이다. 주류 신문에서 그의 반대운동을 ‘다윗과 골리앗’으로 비유하였는데 정말 그는 다윗처럼 승리하고 말았다. 시의회에서 47 대 1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줄리아니 행정부에 패배를 안겨준 날 시의회에서는 그를 헹가레하면서 승리를 축하했다.그러나 이 승리로 인해 그는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소기업센터는 한때 직원 8명을 두고 연간 70만달러의 예산을 지출하는 조직을 갖추고 있었는데 그 중 40만달러가 대기업의 기부금으로 충당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형마켓 저지운동을 하자 이 자금줄이 끊어지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저지운동을 하느라고 30만달러의 빚까지 지면서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소기업센터는 1998년 문을 닫고 말았다.
그 후 김 소장은 소기업센터를 다시 일으켜 현재 회원 1,200여명에 실제로 회비를 내는 후원자가 300여명이라고 한다. 지난 25년간 소기업을 위한 투쟁에만 전념해온 그는 뉴욕에서 소기업에 관한 한 제 1인자이다. 뉴욕시의 각 인종연합단체인 뉴욕소상인총연합회를 조직하여 회장을 맡았고 현재 두번째 임기를 연임하고 있다. 딘킨스 시장과 줄리아니 시장 때 뉴욕시장의 소기업정책자문위원장을 맡기도 했으나 줄리아니 시장 때 대형마켓 저지운동으로 인해 시장 자문위원회가 해산되었다는 것이다. 그간의 활동으로 시의회, 연방, 주, 시정부에서 받은 상과 한국정부의 훈장을 합쳐 모두 78개라고 한다. 뉴욕시의회에서 17개의 입법안에 대한 투쟁을 하여 15승1패1무의 성과를 올렸다. 그의 활동은 언제나 뉴욕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이제 은퇴의 나이에 이른 그는 그의 소상인운동이 계승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까지 투쟁활동을 해오면서 모아둔 소상인에 관한 자료가 200박스나 된다는데 김 소장은 이 귀중한 자료들을 정리하여 한인사회에 남기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을 피력했다.
이기영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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