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칼/럼
▶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세상은 시작이 있으면 언제나 끝이 있는 법이다. 새로운 21세기를 연다고 떠들썩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00년대가 6년이 지나가고 있다. 세월은 그 어느 누구도 붙잡을 수 없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2005년이라는 말이 익숙지 않아 새해가 되었음에도 2004년이라는 말을 몇 번 쓴 후에 결국 2005년이라는 말이 몸에 배게 되었다. 그 2005년이라는 말이 친근해지자마자 2006년이라는 말이 다시 다가오고 있다. 이 시간들은 다시 찾아오지 않는 유일한 시간들이다. 그래서 단테는 “오늘이라는 날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했다.
허겁지겁 강의 시간에 늦어서 뛰어가는 학생을 보고 나이 많은 교수가 그 학생을 붙잡고 물었다. “학생은 왜 그렇게 뛰어가는가?” 학생이 대답한다. “오늘 학기 마지막 시험을 보는 날입니다”시험을 본 다음에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졸업을 하려구요”그 다음에는? “직장을 가려구요” 그 다음에는? 이렇게 계속 And를 이어가며 노 교수는 학생에게 물었다. 결국 그 학생은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고,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갖고, 그러다 마지막(End)에는 죽음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이 가장 어리석은 것 중에 하나는 And는 알면서도 End를 모른다는 것이다. 설령 알고 있어도 실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경에 한 부자가 나온다. 그 부자는 그 해 농사가 잘 되어서 추수량이 많아 질 것을 예상하였다. 그래서 큰 곡간을 지어 쌓아 두고자 했다. 그리고(And) 평안히 쉬고(And), 먹고(And), 마시고(And), 즐거워하며 지낼 것을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그 부자는 죽고 말았다. 성경은 그 사람을 가리켜 자기가 죽을 날이 올 지 모르고, 계속 자기 생의 시간이 이어갈 것만 아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한국의 황우석 교수의 사건을 보면서 그것도 결국 And를 알았지 End를 모른 사건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자기 나름대로 이것저것을 하면 될 것이라고 계획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 막다른 골목에서 진실 앞에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때로는 누구나가 이렇게 부끄럽거나 아니면 좌절, 그리고 도전을 받을 수 있다. 자기 생각대로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모든 일의 끝은 아니다. 끝은 곧 시작이다.
성경은 말씀한다.“여호와여 나의 종말과 연한의 어떠함을 알게하사 나로 나의 연약함을 알게 하소서 주께서 나의 날을 손 넓이만큼 되게 하시매 나의 일생이 주의 앞에는 없는 것 같사오니 사람마다 그 든든히 선 때도 진실로 허사뿐이니다”(시편39:4-5)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 우리 다시 시작합시다(So let us begin anew). 정중함이 나약함의 표시가 아니며, 진실함은 반드시 증거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같이 명심합시다. 두려움 때문에 협상하지는 맙시다. 그렇다고 협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맙시다. 두 진영을 분열시키는 문제로 왈가왈부하기보다는 서로 단결시켜 줄 문제들을 함께 찾아봅시다.”
우리가 사는 시간은 And로 연결되어진다. 그러나 그 And가 계속 끝나지 않는 And는 없다. 반드시 And는 End가 된다. 그러기에 오늘을 사는 And의 시간들은 정직하고, 근면하고, 성실하고, 사랑으로 이어지는 시간들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끝(End)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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