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뉴스 선정과 철두철미한 기자 정신, 그리고 그에 걸맞는 투자가 뉴욕타임스를 만들었다.’
뉴욕타임스 재단이 소수계 언론을 상대로 실시한 ‘프로페셔널 펠로십 프로그램’에 다녀왔다.한인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뉴욕한국일보가 참가했으며 히스패닉계 신문인 엘 디아리오(El diario)와 오이(Hoy), 중국계 언론인 월드 저널(세계일보)과 싱타오, 아랍계 언론사인 아라미카, 인도와 파키스탄계 언론사들, 폴란드 등 총 12명이 함께했다.
올해 뉴욕타임스재단의 이 프로그램은 지난 6일과 7일, 13일과 14일 등 4일에 걸쳐 실시됐다.연수단은 연수 기간 기사 발굴에서부터 취재, 기사 선별, 편집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타임스의 총체적인 신문 제작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맨하탄 타임스퀘어 43가에 위치한 뉴욕타임스는 기사 작성부터 편집과정까지, 최고를 지향하는 말 그대로 ‘명불허전’이었다.발행 부수는 일일 500만부(일요일판 700만부)이며 구독자 수는 일일 110만부(일요일판은 160만
부)의 규모를 자랑한다.편집국 인원은 1,200명에 달하며 이중 편집자(editor)가 500여명, 기자는 400여명이다. 나머지는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프리랜서 기자를 많이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편집자가
더 많고, 그만큼 기사의 소스도 넓은 것이다.
이번 연수기간 중 만난 일선 기자부터 뉴욕타임스 재단 회장까지 ‘우리가 최고’라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묻어나왔다. 국제 분야(international) 편집자인 수잔 치라씨는 “이라크에 파견한 기자를 위해 방탄차와 경호원을 배치하는 등 연간 200만~300만달러의 비용이 든다”며 “일부에서는 과다한 지출이라고 말하지만 뉴욕타임스의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필요한 경비일 뿐”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권력이나 재계로부터의 공정성을 위협받는 일은 뉴욕타임스에서 상상하기 힘들다.민감한 사안일 경우 기사를 해당 기관 등에 보내 확인 절차를 거치지만 팩트 자체에 잘못이 있지 않는 한 부당한 압력에 굴복한 적은 없다는 것. 지난해 뉴욕타임스의 주디스 밀러 기자가 `리크게이트’와 관련된 취재원의 신원공개를 거부해 수감되는 일도 이곳에서는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
최고 편집국장(Executive Editor)인 빌 켈러 국장은 “기사가 나간 뒤 불평을 받은 적은 있지만 기사 자체를 내보내는 일은 전적으로 우리의 권한”이라고 설명했다.일선 기자가 한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1~2년을 소요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다. 뉴욕타임스 편집국은 국제, 미국 사회National),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을 관할하는 메트로, 경제, 레저, 건강, 교육, 스포츠, 사진 등 10여개 부서로 나눠져 있다. 이들 부서에는 각각 국장급 데스크들이 있지만 이들 부서와는 별도로 편집국 전체를 관할하는 간부진이 또 있다. 뉴욕타임스는 매일 정오와 4시에 1면 편집회의를 갖는다. 이 회의에는 총 편집국장이 주제하며 각 부국장과 각 부서의 책임 편집자들 등 모두 30명이 참석한다. 이 회의는 다음날 뉴욕 타임스 1면이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를 결정하며 각 부서를 담당하고 있는 국장들은 자신의 부서에서 그날 나온 기사들 중 주요기사가 1면에 게재될 수 있도록 세일즈 한다.
뉴욕타임스에는 기사로 인한 각종 소송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에는 총 11명의 변호사가 각종 소송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중 3명은 상주하면서 기사의 법적 조언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적당히 합의(settle)하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법률 부서의 조지 프리만 변호사는 “정정 기사를 적극적으로 내보내고 있으며 법적 소송으로 갈 경우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도 고민은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홍수시대가 오면서 신문 구독자가 줄어드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뉴욕타임스는 인터넷판의 활성화와 독자와 신문사가 서로 대화하는 창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독자의 오피니언과 찬반 논쟁을 적극 수용하고 사설을 통해 뉴욕타임스의 논리를 적극 펼치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또 뉴욕타임스는 뉴욕의 이민 사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이민개혁법의 향방에 대해 이민자의 반응을 집중적으로 물어보고, 각 이민사회의 현안에 대해서는 잘 파악하고 있었다.메트로 편집자인 조 섹스턴씨는 “지난해 뉴욕한국일보가 한국 대기업 가족의 사망 소식을 다른 언론보다 빠르게 정확하게 취재했던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뉴욕타임스에게도 소수계 언론과의 유대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한편 펠로십 프로그램 마지막날, 직접 뉴욕타임스 기사를 작성해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사건 초기 프리랜서들로부터 온 정보를 취합해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뉴욕타임스는 한 살인 사건을 3번에 걸쳐 기사화하면서 첫 기사에 피해자의 이름을 넣지 않았다. 이유는 단지 피해자의 이름 스펠링과 나이 등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3번째 나온 기사에는 사건의 동기가 된 정부 기관의 관리 소홀을 철저하게 파헤쳐졌다. 확실한 정보가 아니면 기사화하지 않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이 피해자 가족이나 독자들에게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판단이었다. 뉴욕타임스다운 판단이었고, 그들의 자부심이었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것을 뉴욕한국일보 지면을 통해 반영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주찬 기자> jc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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