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칼/럼
▶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고려시대 ‘사모곡’이란 민요를 보면 이런 가사가 있다. “호미도 날이 있지마는 낫처럼 들을 까닭이 없도다 아버님도 어버이시지마는 어머님같이 나를 사랑하실 분이 없도다 아서라 사람들이여 어머님같이 사랑하실 분이 없도다.” 참으로 어머니의 깊고도 넓은 사랑을 가슴 깊이 부르는 노래이다.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 나가 구름 속을 나부낀다”라는 김수현 님의 ‘그네’의 가사는 곱게 차린 처녀의 모습일 뿐 우리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우리들의 어머니는 대부분 머리에 수건을 쓰고, 허리선을 숨긴 펑퍼짐한 몸빼 바지를 입고 밭농사를 짓고 있는 소박한 어머니일 것이다. 정지용 님의 시 ‘향수’에서 우리네 삶 속에서 늘 배어 있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이렇게 표현하였다.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게 하고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어머니에 대한 향수는 꾸며야 할 아름다움을 잊은 채 흙 냄새를 맡으며 사철 논과 밭에서 청춘을 뒤안길로 하고, 하얀 얼굴은 햇살에 검게 물들어 버린 꺼칠한 나무 껍질 같은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그 어머니를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차마 잊을 수 없는 것이다.
누구나가 그렇겠지만 나의 어린 시절 한순간에는 어머니를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시골에서 농사 짓다가 도회지로 나와서 살게된 어머니는 도시의 세련된 유행을 따르지 못하고 농사할 때 입던 편하고 헐렁한 옷을 입고 있었다. 더군다나 도시의 부드러운 말이 아닌 시골의 투박한 말씨, 그리고 촌스러운 사투리로 친구들의 어머니들을 만나 인사하고,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친구들에게 어머니가 부끄러워 말을 하지 못했다. 커피가 대중화될 당시 조그마한 커피 잔으로 커피의 향긋한 맛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그렇게 작아서 무얼 마시냐고 하면서 손님들이 오시면 드실 수 있도록 커피를 큰그릇에 잔뜩 타서 대접할 정도로 세련미와는 동떨어진 분이셨다.
결혼한 후 몇 년 동안 주말마다 찾아 가 뵐 때마다 이전에 알지 못했던 사랑과 자식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맛있는 것을 주려고 준비하셨고, 빈손으로 보내지 않으시고, 언제나 준비하셨던 따뜻한 사랑을 전해 주셨다. 그것은 어머니의 자식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먼데서 찾아오시는 친척과 지인들에게 국수를 해 주셨고, 떠나갈 때는 꼭 차비를 주면서 배웅을 하셨다. 그러기에 어머니께서 살아 계실 때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제대로 학교 공부를 하지 않으셨지만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그냥 지나 갈 때면 인사를 꼭 해야 되고, 주일 날 교회 갈 때는 새 지폐로 헌금을 해야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 째째한 사람 되지 말고 할 수 있는 대로 돈을 쓰라고 하셨다. 이 같은 어머니가 나의 어머니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어머니에게서 찾을 수 있는 어머니일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독립운동을 위해 ‘신민회’를 조직하여 활동하다 투옥된 후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낙원이 면회를 갔다. 김구 선생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나는 네가 경기 감사가 된 것보다 더 자랑스럽다”라고 했다. 아들이 옥에서 고생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라를 위해 애쓰는 아들이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눈물을 감추는 강인한 말을 한 어머니의 그 깊은 사랑은 감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김구 선생은 일본 형사들의 고문 속에서도 굴하지 않은 민족 지도자가 된 것이다.
성경은 말씀한다. “자녀들아 모든 일에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는 주 안에서 기쁘게 하는 것이니라”(골로새서 3:20)
나의 어머니, 아니 우리들의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분이다. 그 분이 비록 연약하게 보이고,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어 보여도 그 분은 가장 풍요롭고, 강하고, 언제나 찾아가도 가슴으로 안아 주시는 우리들의 고향이요, 영원한 향수로 남아 있는 것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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