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어(松魚: Trout)는 연어과에 속한 물고기로 매년 9, 10월경에 바다에서 강(江)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는 물이 맑고 자갈이 널려있는 여울목에 산란과 방정을 한 후 생을 마감한다. 약 석 달 후 부화한 어린 송어들이 그 곳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4, 5월경이면 바다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바로 이때쯤이다. 바다에서 2년 반을 살면서 어른이 되면 알을 낳기 위해 다시 강으로 올라간다. 송어의 일생이다. 반면 이름이 비슷한 숭어(崇魚: Mullet)는 바닷물고기로 주로 연안에 서식한다. 서로 종자가 틀리다.
독일가곡「송어 (Trout)」는 ‘가곡의 왕’이라고 불리는 슈베르트(F.Schubert 1797-1828)가 그의 나이 20세에 작곡한 곡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음악 교과서에는 번역상의 오류로 숭어(Mullet)로 표기된 것이 대다수 있다. 이 글을 통해 정확히 짚어 보고자 한다.
가사의 내용은 이러하다.
- 거울같이 맑은 시내에 송어가 뛰놀고 있네. 낚시꾼이 낚시를 드리웠지만 물이 너무 맑아 송어를 낚을 수 없네. 꾀를 낸 낚시꾼, 흙탕을 일으켜 물을 흐리게 한 후 송어를 잡았네. -
가사의 내용과 시민혁명의 열풍이 휩쓸고 간 당시 유럽의 사회적 분위기를 비추어 보건대 다분히 정치적 풍자시로 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이 시(詩)의 작가는 여러 편의 풍자시로 인해 옥고를 치루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슈베르트는 정치적 야망이나 다른 이유에서 이 곡을 작곡한 것이 아니라 단지 ‘슈베르티아데’라는 일종의 슈베르트 팬 클럽 모임에서 연주하기 위해 쓴 것 이었다. 이유야 어찌됐든「송어」는 물고기의 빠른 움직임 같은 피아노 반주부의 악상(樂想)과 물결처럼 일렁이는 선율의 시상(詩想)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곡이다.
슈베르트가 22살이 되었을 때 오스트리아 북부지방으로 연주를 겸한 피서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광산업자 지역유지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가 말하기를 “선생님, 저와 제 친구들은 소규모 악기 편성으로 실내악을 자주 연주합니다. 특히 「송어」를 좋아하는데 그 선율을 넣어서 5중주곡을 작곡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가곡 「송어」에 바탕을 둔 피아노5중주곡「송어」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제4악장이 가곡「송어」의 가락을 주제로 한 변주곡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피아노5중주의 악기 편성에서 벗어나 제2바이올린 대신에 더블베이스를 집어 넣어 특이한 형태로 되어 있다. 저음부가 보강된 것이다. 글쎄, 어수선한 사회분위기에서 무언가 정치적 요구를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표현하려 했던 시골유지의 생각일까? 아니면 저음처럼 낮게 깔려있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려 했던 것일까? 아무튼 그 광산업자의 속사정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숭어에서 송어로 제 이름 찾은 것이 기쁜 물고기들이 오늘도 강에서, 바다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다닐 것이다.
이준/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 (21-ju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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