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절 축제 재현으로 민속문화의 자긍심 고양
일부관객 ‘공짜점심’과 ‘후원약속 부도’는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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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샌프란시스코 금문공원에서 막을 내린 ‘2006 민속축제 및 제2회 노인야유회’는 미국땅에 우리민족 4대명절의 하나인 단오절 축제를 재현하는데 성공, 한민족의 문화유산을 계승하고 확산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이번 축제는 한국 드라마와 가요에 힘입은 현대 팝문화적인 ‘한류’는 물론 고대의 민속문화까지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해줬다. 이는 또 ‘아태평양 문화유산의 달’인 5월을 맞아 우리의 민속문화를 수출하고 다른 민족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았다.
행사장인 금문공원의 넓은 잔디밭에는 전통 그네와 널뛰기, 떡치기를 위한 시설이 한국의 민속양식에 비추어 손색없이 재현됐다. 또 사모관대와 쪽두리를 쓴 신랑신부의 전통혼례 재연과 화려한 궁중의상을 선보인 한복 패션쇼도 한민족의 멋을 자랑하고 자긍심을 높여주는데 한몫을 톡톡히 했다.
그동안 중국과 일본의 복식에 익숙한 미국인 관객들도 한복의 우아하고 기품있는 자태에는 ‘원더풀’을 연발하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십명의 관객들이 무대 앞에 나와 전통예식을 촬영하느라 붐볐다.
관노가면극 공연이 행사의 대미였다면 수백명의 관객이 손을 잡고 원을 그려 함께 즐긴 강강술래는 축제의 클라이맥스였다. 행사를 공동주최한 한인회(회장 김홍익)와 가주국제문화대학(명예이사장 홍순경), 그리고 SF한국문화원(원장 신정은) 등 3개 기관이 “자라나는 2세들에게 산 교육의 체험현장이 되고 1세들에게는 고향의 정취를 살려주는 정일(淨一)의 시간”을 제공하겠다는 의도가 적중한 순간이었다.
김홍익 회장은 “참여인원과 외국인 관객이 늘었고 노하우가 쌓여 내년에는 더욱 알찬 행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완성도가 높은 행사를 꾸미려다 보니 예산이 증가했고 한인사회의 후원과 참가자들의 질서있는 시민의식의 고양은 여전히 숙제로 지적됐다.
주최측은 노인들을 위해 무료 식권 1천매를 준비했지만 중복수령하거나 노인이 아닌 사람까지도 식권을 타가는 바람에 부족사태를 빚었다. 김회장은 “젊은 사람들이 식권을 들고 다니고 행사장에 온 사람들은 모두 공짜로 먹으려고만 하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 후원을 약속하고도 보내지 않는 인사와 업소들이 있어 한인회는 또 한번 ‘행사 성공=재정 적자’의 악순환을 거듭해야만 할 지경이다.
모처럼 좋은 축제를 치러냈다는 주최측의 뿌듯한 자부심이 “누릴 것만 찾고 돕는 것에는 인색한” 한인사회의 고질적인 풍토 때문에 실망과 분노로 뒤바뀔 처지에 놓인 것은 행사를 지켜본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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