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노동자 생계보호 위한 연방법 효력 약화
납품받던 연방정부기관들 예산부족 등 이유로 외면
맹인들이 시계 만드는 비영리기업 ‘시카고 등대’
중국서 수입된 시계 등 저가품에 점점 밀려 구조조정
일부 비영리 기업들, 장애인 확대해석한 개정법 악용
언어장애·마약중독자도 ‘수혜자격 장애인’으로 채용 돈벌이
맹인들을 고용해 이들의 생계를 돕는 100년 된 일리노이 주의 비영리 기업 ‘시카고 등대’(Chicago Lighthouse)에서 일하는 리타 맥케이브는 1979년 자신이 만든 벽시계 가운데 하나를 어머니에게 선물로 주었을 때 너무 기뻤다. 이 시계는 지금도 가고 있다. 단순하고 견고한 직경 12인치의 큼지막한 시계다. 미국 정부기관 사무실에는 약 30년 동안 ‘시카고 등대’에서 만든 시계들이 걸려 있다.
1930년대 제정된 와그너-오데이 연방법에 의해 연방정부기관은 맹인들이 만든 물건을 구입해왔다. 그런데 비용절감과 세금의 효율적 사용, 그리고 공공분야의 세계화 등으로 인해 와그너-오데이법의 힘이 약화됐다.
‘시카고 등대’ 관계자들은 주정부와 연방정부 기관들이 이 법을 무시하고 염가 수입상품 만을 찾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더욱이 맹인들을 중점적으로 돕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 다른 장애인들까지도 아우르면서 맹인들에 대한 베니핏이 반감했고 새로 혜택을 받게 된 장애인들의 기준도 모호해 프로그램 자체의 ‘순수성’이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엄청난 돈이 걸려 있다. 지난 5년간 규모가 2배로 늘었다. 국방비 증강 덕분에 연간 계약이 22억5,000만 달러나 된다. ‘시카고 등대’와 같은 비영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와그너-오데이법에 따라 지난 30년간 연방정부의 구매창구역인 일반서비스국은 치열한 시장경쟁으로부터 ‘시카고 등대’를 보호했다.
‘시카고 등대’는 시장의 80%를 점유했었다. 그런데 고객들이 점점 싼 시계로 눈을 돌리면서 이젠 시장점유율이 약 50%로 떨어졌다. 특히 값싼 중국산 시계의 급부상이 ‘시카고 등대’의 ‘최대의 적’이 돼 버렸다.
이로 인해 ‘시카고 등대’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맹인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에서 30시간으로 줄였다. 전국에 있는 다른 맹인 지원 기업들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다. 캔자스 주 위키타에 있는 비영리 기업 ‘인비전’(Envision)은 맹인들을 고용해 프린터 잉크와 에어필터를 만들어 팔아 재미를 보았으나 최근 수년간 매출 감소로 허덕이고 있다.
매릴랜드 주 볼티모어에 있는 ‘블라인드 인더스트리스&서비시즈’(Blind Industries and Services)는 연방정부기관에 종이를 납품해왔다. 연간 예산의 3분의 1을 바로 연방정부에 납품해 번 돈으로 충당했다. 그러나 이제는 연간 예산의 0.5%만을 충당할 뿐이다. 그래서 군대에 직물을 공급하거나 교도소에 죄수복을 납품하는 쪽으로 수입원을 다변화하고 있으나 상황이 녹록치 않다. 치열한 경쟁 탓이다.
의회는 와그너-오데이법을 야비츠-와그너-오데이법으로 개명했다. 그리고 기존의 수혜자인 맹인 외에 다른 장애인들도 포함시켰다. 이들은 정신장애인과 베트남 전쟁으로 팔다리를 잃었거나 정신적 충격으로 정상적 두뇌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새로 명명된 프로그램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심각한 장애 상태에 있어 일반적인 경쟁적 조직에서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해당 장애인으로 분류했다. 그러다보니 해당 장애인의 개념이 보다 포괄적으로 사용돼왔다. 야비츠-와그너-오데이법의 도움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비영리 기업 가운데 일부는 언어장애와 마약중독자들도 심각한 장애인으로 분류해 이들을 고용했다.
또 오리건 주의 다른 비영리 기업들은 이보다 훨씬 가벼운 증세의 장애인들을 마치 ‘심각한 장애인’인양 고용해 큰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오리건 주 엘파소의 장애인고용 전국센터는 정부와의 계약으로 8억 달러 이상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직원들이 모두 ‘심각한 장애인’이라는 것을 서류로 입증하지 못했다.
그래서 연방정부가 이 문제를 팔을 걷어붙이고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방 상원의원 바락 오바마(민주·일리노이)는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조명하겠다고 했다. 그는 “시카고 등대와 같이 모범적인 비영리 기업만이 연방법의 근본정신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카고 등대’는 처음에 맹인들의 사랑방 구실을 했다. 상담도 해주고 직업교육도 시켰다. 몇 년이 지났다. 맹인들이 빗자루를 만들었다. 아동용 과학 실험기구를 조립했다. 바구니도 짰다. 시계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1970년대에 자유토론 과정에서 나왔다.
지난해 맥케이브와 14명의 동료 맹인들은 ‘시카고 등대’에서 10만4,000개 이상의 시계를 만들었다. 이들 시계가 지금 법무부, 국방부, 우체국의 벽에 걸려 있다. 맥케이브는 “나는 직장까지 갈 때 버스를 두 번 갈아탄다. 나는 26년 넘게 이런 생활을 했다. 그래도 이 일을 이렇게 오래 할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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