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시절, 저는 인천에서 살았기 때문에 서울에 있던 감리교 신학대학까지 4년간 지하철을 이용하여 통학을 했습니다. 지하철은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언제나 혼잡하였고, 그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 자기 종교를 전하는 사람들이며 구걸을 하는 사람들 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은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예수를 믿으시오!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외치며 전도하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이 사람은 소위 뜨거운 성령의 불을 받은 사람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뜨거운 심정을 참을 수가 없어서 전도에 나선 사람이라는 것을 누가 보아도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서울역에서부터 부평 역까지 가면서 전철의 칸칸을 옮겨 다니며 열심히 ‘예수 믿으시오’를 외치며 전도를 하였습니다.
저는 사실 당당하게 천당과 지옥을 전하는 그 사람을 보며 ‘어떻게 저러한 용기가 생길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꼭 저런 식으로 복음을 전해야 하는가’하면서 짜증이 나기 시작했지만 참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 사람의 용기는 참으로 훌륭한데, 방법론에 있어서 문제가 아닌가 하는 신학생다운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목회를 하면서 옛날 지하철에서 본 그 청년생각이 가끔씩 납니다. 전도란 과연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가? 전도의 이론은 무엇인가? 내가 만난 예수님, 내가 체험한 그리스도를 전하는데 어떤 방법론이 필요한 것인가? 예수님을 만나서 눈을 뜬 소경처럼, 수가성의 여인처럼 예수님을 만나고 난 후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졌는데 거기에 무슨 방법론이 필요할 것이며, 거기에 무슨 이론이 필요할 것인가? 그거 ‘와서 보라’고 당당히 외칠 수만 있어도 되는 것은 아닌가?
올해 우리 교회는 전도의 해로 삼고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는 교회”라는 표어를 내걸고 년초부터 온 성도들이 전도하기에 애를 쓴 한해였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한사람 한사람을 떠올리며 상금은 하나님 나라에서 받으실 테지만, 인간적으로 많은 칭찬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집사님은 미국 마켓에서 소 꼬리뼈를 사려는 사람을 쳐다보며 저것으로 음식을 해먹는 사람이면 분명히 한국사람일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전도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어떤 권사님은 한국사람만 만나면 끈질기게 쫓아다니고, 전화하고, 만나시면서 전도하신 경우도 있고, 또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전화 번호부에서 복사해서 전화로 전도를 하면서까지 노력한 온 성도님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농사에 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저희 집 뒤뜰에는 작년에 심은 무화과나무가 있습니다. 지난 가을 그해 사다가 심은 나무에서 첫 열매를 따면서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그저 심어놓고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데 그 어린 나무에서 열매가 달린 것이었습니다. 과일을 따면서 전도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그저 뿌리기만 할 뿐, 심기만 할 뿐, 적당한 햇빛과 비와 바람을 가지고 가꾸고 열매맺게 하시는 분은 우리가 아니라 바로 하나님이라는 것입니다. 알맞는 때와 시기가 오면 우리가 뿌린 씨앗은 귀한 열매로 돌아온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때는 우리가 뿌린 씨앗의 열매가 당장 눈으로 보이지 않아서 실망을 하기도 하지만, 그 때와 시기는 하나님께 달려있습니다. 우리의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열심히 뿌리는 것입니다.
올해동안 우리가 뿌린 복음의 씨앗이 열매로 눈에 보이는 것도 있지만, 열매가 언제 맺힐지 알지 못하는 일들도 수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는 것은 적당한 온도와 바람과 햇빛으로 싹을 틔우고 가꾸시는 하나님 손길에 의해 언젠가는 귀한 열매가 맺힐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단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씨앗을 뿌리는 일일 것입니다.
<킬린 성누가 연합감리교회 담임 목사 송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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