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비엘 딜란 산호세 교육위원 후보
“소수계 연대 속에 사회적 편견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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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로 인해 무고한 생명들이 숨져갔지만 이후 미 전역에 몰아닥친 반테러의 물결 속에 중동계를 비롯해 터번을 둘렀다는 이유만으로 중동계 또는 이슬람 교도로 오인받은 시크 교도들에게 무차별 테러가 자행돼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었던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인도계 시크(Sikh) 교도로서 머리에 터번을 두른 발비엘 딜란(Balbir Dhillon, 52)씨는 9.11 테러 5주기를 앞둔 시점에서 미국 내에서의 인종과 종교에 따른 편견의 벽은 여전히 높다고 서두를 열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난 8월 16일로 최종 마감된 11.7선거 후보등록에 산호세 교육위원으로 출마하기 직전까지도 소속 당인 민주당 관계자들로부터 “터번을 벗고 머리를 자른 뒤 출마하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끊임없이 받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터번을 두르고 나가서도 이길 수 있어야 진정으로 승리하는 것”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 의사를 밝혔던 것. 바로 인종이나 종교에 따른 편견을 극복하는 것이 선거에서의 승리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그만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결국 터번을 그대로 두른 채 ‘산호세 시티 칼리지&에버그린 밸리 칼리지’ 교육구의 교육위원에 출마, 결과적으로 단독 후보가 돼 선거를 치르기도 전 사실상 당선이 확정됐다. 이는 실리콘밸리 지역 2만여 명의 인도계 시크 커뮤니티에서는 이민 역사 30여년 만에 최초의 선출직 정치인을 배출한 감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발비엘 딜란 씨처럼 머리에 터번을 두른 시크 교도가 선거에 출마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밥 딜란 씨라는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시크 교도 리더가 2년 전 산호세 시의원에 출마했었지만, 상대편 당선자는 9천여 표를 획득한데 비해 밥 딜란 씨가 얻은 표는 불과 3백 표. 물론 다른 요인들도 있었겠지만 상대방 후보 보다 많은 선거비용을 썼으면서도 이처럼 처참할 만큼의 결과를 낳았던 요인은 무엇보다 터번을 두른 이에 대한 대중들의 거부감과 편견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발비엘 딜란 씨는 향후 계획에 대해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여나가는 한편, 아시아계 등 소수계들과의 연대 속에 사회적 편견에 맞서 평등한 사회를 구현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인도의 내각을 이끌고 있는 만모한 싱 총리 또한 인도 내에서도 3%에 불과한 소수계인 시크 교도 출신으로, 발비엘 딜란 씨의 교육위원 진출을 계기로 이들의 정치적 행보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약 5만 여명으로 추정되는 SV한인사회는 아직 정계 진출의 초보 단계라는 교육위원 조차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번쯤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김철민 기자>
and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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