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확산정책 버리고 온건세력 육성에 전력투구
미국의 중동정책에 큰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민주주의 확산을 중동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았다. 독재정치적 요소가 강한 중동 이슬람권 국가들의 비민주적인 정치환경이 극단주의를 배태하는 토양이 돼 결과적으로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2003년 3월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및 보유 의혹을 근거로 이라크를 침공한 것은 자국에 유리한 민주체제를 퍼뜨리기 위한 중동 재편 계획의 일환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중동정책에서 근간을 이뤘던 민주주의 확산 정책이 슬그머니 잦아들고 있다. 그 대신 미국은 중동권의 온건세력을 육성하는 쪽으로 정책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이 중동정책의 바탕에 뒀던 민주주의 확산 정책을 버리고 온건세력 육성 쪽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것은 올해 1월의 팔레스타인 총선과 지난 7∼8월의 레바논 사태가 결정적인 동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삼았던 후세인 정권의 WMD 개발 의혹이 사후 조사에서 근거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자 민주주의 확산 정책을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것을 정당화함으로써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올해 1월 실시된 팔레스타인 총선 결과는 미국의 민주주의 확산 논리를 자기 모순에 빠뜨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민의가 고스란히 반영된 이 총선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입장에 동조해 테러세력으로 간주하는 하마스가 승리해 자치정부를 장악하자 미국은 투표를 통해 구성된 하마스 내각을 부인하는 행태로 일관했다. 미국은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민주주의 확산정책의 토대를 스스로 흔들어 놓은 것이다.
또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시작된 레바논 전쟁은 이스라엘의 점령에 항거한다는 명분을 갖고 싸운 레바논 내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의 대중적 지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만 레바논 사태를 보려는 미 행정부의 시각은 중동지역에서 반미 여론을 키워 미국이 극단주의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헤즈볼라 같은 정치세력이 중동 정세를 주도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동 지역의 이런 민심 변화를 미국이 그동안 주장해 온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틀로 엮어 놓으면 반미 기류가 저변으로 퍼지고 있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정부는 설 땅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온건 세력으로 규정하는 중동지역의 기득권 정치세력은 부패해 있거나 민의를 무시한 채 독재권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 온건세력 육성 정책은 중동 지역민들의 반미감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이 키우려는 온건 세력들이 중동지역 민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정책은 상당한 후유증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