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통역 의존, 대테러 첩보전 허점 노출
테러전선의 최전선에 위치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은 99%가 ‘아랍어 문맹자’들로 채워져 있다.
현재 진행중인 대테러전의 특성상 아랍어 구사 능력이 거의 필수적이지만 FBI 전직원 1만2,000명 가운데 아랍어를 알아보는 직원은 단 1%에 불과하다. 물론 이들의 아랍어 능력은 평가시험에서 0점을 면치 못할 정도의 초보적 수준이다.
더듬더듬 ‘반토막 아랍어’나마 구사하는 직원들은 더욱 드물어 전체의 0.27%인 33명이 고작이다. 더 황당한 것은 이처럼 아랍어를 조금이나마 구사하는 직원들 가운데 국제테러수사 관련 부서 근무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면 갑갑할 법도 한데 FBI 내부에서는 군소리가 별로 없다. 최근 법원 녹취서에 따르면 고용인 소송에 참석한 FBI 당국자는 국제테러 업무를 관장하는 2개 국제테러작전부서(ITOS)에서 아랍어 전공자 배치를 요청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들 부서의 직원 4명만이 아랍어를 배웠으나 기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력이라고 녹취서는 전했다.
이에 대해 FBI 관계자는 “이미 다른 언어 요원들이 번역하거나 인터뷰한 내용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기 때문에 ITOS에 근무자라해서 꼭 아랍어나 다른 외국어를 구사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요원들이 번역업무 지원을 요청하면 24시간 이내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아랍어 구사 능력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첩보수집과 테러예방에 나서는 것은 귀를 막고 입까지 꿰맨 채 활동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FBI가 고의로 아랍어 구사자 채용을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 FBI 자체 자료를 인용, 연방수사국 역시 아랍어와 인도, 파키스탄의 이슬람교도들이 사용하는 우르드어, 페르시아어 등 중동과 서남아 지역 언어 사용자를 채용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미국 내에도 아랍어를 비롯한 외국어 구사 인구가 적지 않지만 외국어 구사 능력이 FBI에 들어올 수 있는 필요충분 조건이 못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FBI 요원은 연방직이기 때문에 지원자들은 미국 시민권자로 제한된다. 외국에 친지가 있는 경우 신원조회가 까다로운 것도 FBI 내 아랍어 구사 직원이 드문 이유로 꼽힌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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