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관련 전국 중계 회견서
때 아닌 기자들 옷차림 품평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기어이 구설수에 올랐다.
북한의 핵실험 여파로 전세계가 술렁이던 11일 부시 대통령은 국내외 중요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TV와 라디오로 전국에 생중계된 이 기자회견은 중간선거를 4주 앞둔 상황에서 각종 악재에 발목이 잡힌 공화당을 측면지원하기 위한 성격이 짙었다. 이처럼 정치적 복선이 깔리긴 했지만 ‘발등의 불‘인 북한 핵실험과 이라크 사태는 물론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마크 폴리 전 공화당 하원의원의 ‘사환 스캔들’ 등 국민적 관심사에 관한 국정 최고 책임자의 견해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였기에 회견장인 백악관 로즈가든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그러나 카메라 앞에 선 부시 대통령은 사안의 중대성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듯 ‘정돈된 답변’보다 기자들의 옷차림 품평에 더욱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가는 줄무늬 양복을 차려 입은 NBC의 케빈 코크 기자에게 “멋진 양복입니다. 다른 분들의 옷차림은 근처에도 못 가겠네요”라고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회견장에 앉아 있던 CNN의 수잔 말보 기자를 거명하며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초대 베스트 드레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옷차림 품평이 이어지자 CBS의 짐 액셀로드 기자는 “저의 제일 좋은 양복은 지금 세탁소에 들어가 있다”는 ‘선제 농담‘을 앞세워 질문을 시작했다. 그러자 부시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그의 질문을 가로막은 채 “지금 입고 있는 건 양복도 아니네요”라고 비아냥댔다. 액셀로드 기자는 이 날 스포츠 코트와 슬랙을 입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의 시도 때도 없는 패션 비평은 그의 오랜 버릇 중 하나. 부시 대통령은 지난 6월 CNN의 데이비드 그레고리 기자와 인터뷰를 할 때에도 다소 야한 그의 포켓 스카프를 가리키며 “멋진데. 그거 스카프도 아니고 대체 뭐야”라고 이죽거려 구설을 자초했다. 두 달 후 콕스 뉴스페이터의 켄 허만 기자와의 레바논 전쟁에 관한 인터뷰에서도 그의 옷차림을 훑어보며 “근데, 요즘 시어서커(아마포)가 다시 유행하는 모양이지. 거참 우스꽝스럽게 생겼네”라는 엉뚱한 패션 코멘트로 기자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기벽에 대해 대나 페리노 백악관 공보차석은 “개인적으로 주변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어하는 성격 탓”이라고 에둘러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대통령에게 아직도 “놀자판 대학생”의 티가 그대로 남아 있다며 부시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고개를 내저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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