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밤거리 스케이트보드
갱같은 차림에 스트릿 레이싱까지 보복겁나 신고 못해
10일 밤 윌셔가의 한 아파트 단지 앞 공터. 요란한 소리를 내며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일단의 청소년들로 긴장감이 돈다. 하나같이 딱 붙는 청바지에 허리에 체인을 두른 모습은 갱의 그것에 가까웠다.
이리저리 내달리며 공중제비를 돌기도 하고 때로는 인도로 쏜살같이 내달리며 행인들과 충돌 일보직전까지 가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딱히 나서서 타이르는 어른들도 없었다. 인근을 지나는 행인들은 행여 이들의 심기(?)라도 건드릴까 길을 돌아가는 처지다.

윌셔가의 한 건물 앞에 모여든 청소년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묘기를 연출하며 인도를 장악하고 있다.
<서준영 기자>
밤마다 청소년들이 몰려드는 공원, 공터 등은 공포스럽다. 스케이트보드에 스트릿 레이싱까지 그들만의 해방구를 자처하며 일탈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복할까 겁나서 신고도 못 한다니까요” 한인타운 인근의 한 고급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한 한인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청소년들에게 ‘갱’이라는 단어를 붙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이들은 인근 초등학교와 마켓의 집기를 훔쳐 나와 스케이트보드 장애물로 쓰기도 하고 인근에 주차된 차량을 손상시키는 등 애교로 넘어가기 힘든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윌셔가의 한 대형 건물 앞 공간에 모여드는 청소년 스케이트보더의 묘기(?)로 지나는 운전자들이 긴장하기도 한다.
한 한인은 “밤에 이곳을 지나려면 스케이트보드를 탄 청소년이 금방이라도 길거리로 뛰쳐나올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7가상의 한 주차장은 밤이며 몰려드는 청소년들로 눈살을 찌푸리는 곳이기도 하다.
한인타운 야간 순찰을 돌았던 윤근재 전 스파트팀 단장은 “청소년들이 몰려들어 마리화나 등 마약까지 하는 통에 애를 먹었다”며 우려했다.
한인타운뿐만이 아니다. 풀러튼 한인밀집 지역 내 마을 공원에도 밤이면 몰려드는 청소년들이 공포감까지 조성하며 범죄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
스트릿 레이싱은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깊은 밤 굉음을 내며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는 청소년들에게는 젊음의 해방구일지 몰라도 일반인들에게는 달리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지난해에는 청소년 폭주족이 운전하는 차량에 치인 70대 한인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었다.
글렌데일에 거주하는 한인 심모(30)씨는 가까운 길을 놔두고 뒷길로 돌아서 퇴근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매일 밤 퇴근길 집 앞 편의점 주차장에 몰려있는 청소년 폭주족들 때문이다.
심씨는 “운전 중에 이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앞으로 갑자기 끼여들거나 옆에서 경적을 울려대는 통에 식은땀을 흘릴 때도 있다”며 “막내동생뻘의 청소년들이지만 몰려다니며 소란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 겁이 나는 것이 사실”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해결책이 딱히 없다는 것. 청소년들이 모여든다는 것만 가지고는 경찰 단속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 한인 변호사는 “청소년들이 벌이는 일이라 경찰에 신고해 봐야 티켓발부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인근 커뮤니티 자체적인 대응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며 해결책 부재에 답답해했다.
<심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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