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서양서 불길한 날
영화덕에 전세계로 전파
호수에서 불쑥 솟아 나오는 악령, 전기톱을 마구 휘두르는 살인광. 많은 미국인들이 잠결에 들리는 이상한 소음에 영화의 한 장면을 생각하며 오싹함을 느꼈을 그 날을 바로 13일의 금요일이다. 어제가 바로 금요일의 13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지낸 한인들이 얼마나 될까.
사실 13일의 금요일은 미국만의 미신은 아니다. 영국해군은 비상사태가 아니면 13일의 금요일에 군함출항을 금지시키고 있다. 프랑스에는 13명이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을 아주 불길하게 여기고 터키에서는 거리 이름에 ‘13가’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13일의 금요일에는 증시가 폭락한다는 속설이 널리 퍼져 있고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건물에 ‘13층’이란 명칭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13일 금요일 공포’의 세계화는 동명 영화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980년 제작된 저 예산영화 ‘13일의 금요일’은 엄청난 성공으로 11편이나 이어졌다. 영화 속 전기톱을 휘두르는 ‘제이슨’은 공포영화의 전형적 캐릭터가 됐다. ‘14일의 토요일’ 등 재미있는 패러디물도 이 영화의 세계적 성공을 반증한다.
13일의 금요일은 오래 전부터 서양인들에게 불길한 날로 여겨졌다. 예수님이 12명의 제자와 함께(즉 13명이) 최후의 만찬을 나누고 다음 날 십자가에 돌아가셨다는 데서 ‘Friday the 13th’를 불길하게 여기는 풍습이 시작됐다. 중세 십자군 시대의 템플기사단이 13일 금요일에 파멸됐다는 내용도 최근 ‘다빈치 코드’ 덕에 유명세를 탔다. 혹자는 Charles Manson, Jeffrey Dahmer 등 미국 희대의 살인마들 이름이 모두 13글자로 되어 있다는 것도 여기에 연결시킨다.
일부 학자들은 ‘13일의 금요일’이 노르웨이 신화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노르웨이 신화에 따르면 악의 신 ‘로키’는 12신이 참여한 발할라 연회에 초대받지 않고 참석, 폭동을 일으켰다. 모든 신들을 파멸로 이끄는 것도 바로 이 로키다.
사람들이 하도 13일의 금요일을 두려워하고 기피하다보니 ‘paraskevidekatriaphobia’나 ‘triskaidekaphobia’(13일의 금요일 공포증)이란 다소 황당한 단어도 사용되고 있다.
<박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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