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망 없는 임종환자 6개월 의료비용
오리건이 뉴욕의 30%, 왜?
환자들 생명보조장치 사용여부
미리 문서로 작성 인위적 연명 거부
고통 제거에 초점, 호스피스 서비스
메디케어 예산도 절감 각계옹호
불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임종 전 6개월의 모습을 살펴보자.
만약 이 환자의 거주지가 플로리다주라면 그는 인생의 마지막 6개월간 전문의로부터 46차례의 검진을 받을 것이고 최소 6일을 중환자실(ICU)에 입원할 것이며, ICU에서 숨질 확률은 27% 정도다. 이를 기준으로 한 임종 전 6개월간의 의료비는 평균 2만3,000달러. 반면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거주하는 동일한 조건의 환자는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에게 평균 18 차례의 검진을 받게 된다. ICU 입원 기간은 단 하루, 거기서 임종을 맞이할 확률도 13%에 불과하다. 마지막 6개월의 의료비는 평균 1만4,000달러 정도. 다트머스 의과대학 연구진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임종 전 의료비에 지역 차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임종 전 6개월간의 평균 의료비가 가장 비싼 지역은 3만5,838달러를 기록한 뉴욕의 맨해턴. 반대로 가장 싼 지역은 1만913달러에 머문 텍사스주 위치타 폴스로 나타났다.
임종을 향해 나아가는 말기 환자들의 의료비가 들쭉날쭉한 이유는 의사와 병원의 병상 수, 환자의 기대치, 의사의 진료 패턴 등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USA투데이는 19일 다트머스 연구팀의 보고서를 인용,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된 가장 큰 이슈는 임종 전 치료비의 지역 차가 아니라 말기 환자에 대한 접근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포틀랜드와 마이애미의 임종 전 6개월간의 의료비용 격차 역시 접근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
오리건주는 1995년 불치병 말기 환자들이 ‘생명연장 치료에 관한 의향서’를 작성해 담당의사에게 제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혼수상태에 빠진 자신을 대신해 생명연장 조치를 취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대리인을 지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명보조장치 사용에 관한 입장도 문서로 남길 수 있다. 이 제도는 불치병 말기 환자들에 대한 의료비용을 낮추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일반적으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훈련을 쌓은 의사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를 포기하려들지 않는 반면 대부분의 불치병 말기 환자들이 인위적인 생명연장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환자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전체의 40%가 비용이 얼마가 들건 인위적으로 환자의 목숨을 연장시켜야 한다고 답한 데 비해 비용과 효과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응답은 48%였다. 그러나 65세 이상인 응답자들 가운데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는 대답이 무려 60%인 반면 비용에 상관없이 생명을 연장해야 한다는 견해는 28%에 불과했다.
인위적 생명연장에 반대하는 의료 관계자들은 연간 3,270억달러에 달하는 메디케어 예산의 27%가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들의 치료비로 지출된다며 “과연 이 돈이 가치 있게 쓰여진 것인지에 대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의 인위적 생명연장 대신 고통제거에 초점을 맞추고 말기 환자들이 병원 대신 집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으며 가족들과 임종의 순간을 준비하도록 유도하는 오리건주의 방식을 적극 옹호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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