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고용법 있으나마나 트럭운전사 요건도
비서는 미인대회 수준
“날씬한 몸매, 용모단정”
학력: 고교, 혹은 기술학교 졸업장 소지자/성별: 남성/연령: 25-30세/신장: 5피트9인치 이상/체중: 154-176 파운드/구비서류: 병역필증, 트럭 운전면허증/경력: 3.5톤 트럭 운전경험 (메트로 지역 지리 숙지)/ 용모: 단정/거처: 멕시코 시티 남서쪽 인근/기타: 상기 조건을 100% 만족시키지 않을 경우 지원 삼가 요망.
미국 코카콜라 계열사 멕시코 지사가 온라인에 띄운 구인광고다.
학력 제한이야 그렇다 쳐도 연령과 신장, 체중은 물론 거주지에 외모까지 채용 조건에 포함되어 있다. 만약 미국에서 이같은 구인광고를 냈다간 집단소송에 걸려 ‘쪽박’ 차기 십상이다. 연방 고용 평등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코카콜라의 현지법인사도 미국 회사인 것은 분명한데 차별적인 구인광고는 멕시코 기업들보다 한술 더 뜬다.
하지만 이런 광고를 접한 미국인들은 고용 차별에 대한 분노 보다 훤칠한 키, 날씬한 몸매에 단정한 용모를 지닌 20대 남성이 아니면 아예 지원조차 하지 말라는 코카콜라 현지계열사의 일자리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다. 혹시 회사 전속 모델이라도 채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실제는 트럭 운전기사를 구하는 구인 광고다. 거래업소 업주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면 이들과 직접 접촉하는 트럭운전기사의 용모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역시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 기업 리어 Corp.가 이중언어 구사 비서를 구하기 위해 낸 광고도 “대학졸업 이상의 학력을 지닌 20-28세의 용모가 뛰어난 여성. 미혼자 우대. 시라오 시티 인근 거주자 환영. 이력서에 최근 사진 동봉 요망” 등 고용 차별에 해당하는 각종 제한과 조건들로 가득 차 있다.
미국적 시각으로 본다면 이건 이중언어 비서를 구하는 구인 광고라기 보다 미인대회 출전자 모집 공고에 가깝다. 학력과 연령 제한에 미혼자와 특정 지역 거주자 우대 등의 자격 조건은 미국 뿐 아니라 멕시코에서도 불법이다. 게다가 용모 확인을 위한 사진동봉까지 요구하고 있으니 영락없는 소송감이다. 그러나 멕시코에서 차별적 고용광고는 ‘관행’으로 굳어진지 오래다.
멕시코인들은 치렁치렁한 제한적 고용 조건에 익숙해진 상태다. 패트리샤 텔레즈(29. 여)는 변호사 자격증을 지녔지만 얼굴과 몸매가 받쳐주지 않아 로펌 취직을 포기했다. 얼마전 미국 법률회사인 ‘베이커 & 메켄지’ 멕시코 지사에 지원했지만 회사측이 명시한 외모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낙방했다. 그녀는 지금 부모님 집에 얹혀 살며 벼룩시장에서 헌 옷을 내다 팔고 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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